국토부-환경부…"낮에는 1분간 평균소음이 43㏈ 넘지 말아야"
5월부터 시행…층간소음 분쟁 해결 때 기준 될 듯


아파트 입주민 간 층간소음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10일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의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동부령으로 마련해 1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규칙은 우선 층간소음을 ▲ 아이들이 뛰는 행위 등으로 벽이나 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직접충격소음과 ▲ 텔레비전이나 오디오, 피아노·바이올린 같은 악기 등에서 발생해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공기전달소음 두 종류로 규정했다.

욕실 등에서 물을 틀거나 내려보낼 때 나는 급배수 소음은 층간소음에서 제외된다.

또 위-아래층 세대 간에 들리는 소음뿐 아니라 옆집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층간소음으로 정의했다.

규칙은 이런 층간소음이 직접충격소음이냐 공기전달소음이냐에 따라 다른 기준치를 설정했다.

직접충격소음의 경우 '1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3㏈, 야간 38㏈,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 야간 52㏈로 기준이 정해졌다.

1분 등가소음도는 소음측정기를 들고 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에 해당된다.

최고소음도는 측정 기간 발생한 소음 중 ㏈ 수치가 가장 높은 소음을 뜻한다.

43㏈은 체중 28㎏의 어린이가 1분간 계속해서 뛸 때 나는 정도의 소음이다.

38㏈은 30초간 뛸 때 나는 소음에 해당한다.

또 57㏈은 28㎏ 어린이가 50㎝ 높이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렸을 때 생기는 소음이다.

따라서 이 기준은 아파트 거주자가 무심하게 걷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수준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실제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하면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가구에서 1시간 동안 소음을 측정해 1분 등가소음도가 기준치를 넘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최고소음도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3번 이상이면 기준을 넘긴 것으로 본다.

다만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처럼 세대 간 경계벽의 기준이 아파트보다 낮은 공동주택은 이 기준에 5㏈씩 더한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공기전달소음의 경우 5분 등가소음도가 주간 45㏈, 야간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칙은 규정했다.

공기전달소음의 측정 단위를 5분으로 길게 한 것은 텔레비전 소음이나 악기 연주음의 경우 오랫동안 발생하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규칙은 다만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소음이 아니라 지속적인 생활소음을 규제의 대상으로 했다.

이 기준은 국토부가 지난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30개 아파트에서 실제 소음을 발생시키는 실험을 거쳐 만들어졌다.

10여명의 주부평가단이 직접 소음을 들어보는 청감도(귀에 잘 들리는 정도) 실험에서 견딜 수 있는 한도로 지목한 39∼40㏈에 일정 부분 여유(보정치)를 둬 산정한 것이다.

이 기준은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해 당사자끼리 화해를 하거나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중재할 때 준거로 쓰이게 된다.

예컨대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해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을 넘기면 소음을 내는 쪽에 주의나 자제를 당부하고, 반대로 기준을 밑돌면 소음 피해자 측에 좀 더 인내해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당사자끼리 화해가 되지 않을 때는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적기구에서 화해·조정을 할 때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실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일으키는 소음이 기준을 넘는 것은 아닌가 미리 주의하고 조심하게 될 것"이라며 "층간소음의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입주자 간 분쟁을 방지하고 건전한 공동생활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규칙은 5월 1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5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세종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