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주공사에 대한 건설사 담합 판정이 잇따라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가 발주한 경인운하사업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11개 건설사에 과징금 991억원을 부과했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 정부 말부터 입찰담합 판정이 내려진 공공 공사는 4대강,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3호선 등 모두 4건으로 과징금액만 3829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날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6개 대형 건설사가 2009년 1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경인운하사업 시설공사 입찰을 앞두고 영업부장, 임원급 모임을 통해 공사구간별로 참가할 업체를 미리 정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현대엠코, 현대산업개발, 동아건설산업, 동부건설 등은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덧붙였다. 나눠먹기와 들러리 입찰 결과 공사 예산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최고 89.98%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경인운하 담합 과징금 991억…건설사 '반발'
과징금은 대우건설이 164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건설 149억5000만원, 대림산업 149억5000만원, 현대건설 133억9400만원 등의 순이다. 또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남양건설 등 9개사는 검찰에 법인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출혈 경쟁을 유도하고 있어 건설사 간 정보교환은 불가피했다”고 반발했다. 예산 절약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낮게 공사예정가격을 책정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이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보교환을 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턴키사업은 설계변경을 통한 적자 보전도 불가능해 4대강사업 2개 공구에서 360억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건설사들이 수주에 나서는 것은 적지 않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A건설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덤핑 수주를 하는 곳이 있다”며 “부실공사와 협력업체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은 담합 기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어디까지를 정보교환으로 보고 어느 수준을 담합으로 볼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B건설 관계자는 “여러 공구로 나눠 구분발주하는 구조이다 보니 한 구간에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보교환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또 과징금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에 수천억원씩 적자를 낸 건설사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완/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