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바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총 7만9341㎡)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전 부지는 영동대로와 지하철 2호선 삼성역, 탄천 등과 붙어 있어 강남권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도 불린다.

건설업계에선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땅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옆 옛 한국감정원 본사(1만988㎡)를 2436억원에 매입해 둔 상태다. 삼성생명은 현재 기존 한국감정원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향후 부지 활용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는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추후 세부적인 개발계획이 나오면 (한전 부지) 매입 입찰에 참여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극적이다. 양재동과 계동 등 서울시내에 퍼져 있는 주요 사업본부와 계열사를 한데 모아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현대차그룹 타운’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의 국제업무지구 개발이라는 기본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성수동 뚝섬에서 110층 높이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본사) 건설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 대안 중 한 곳으로 한전 부지를 검토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이나 BMW와 같이 전시장 또는 박물관을 갖추고 도심에 있는 새로운 본사 단지를 신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한전 부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계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최근 서울시 측에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전시·컨벤션 단지 조성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이 회사의 셜던 아델슨 회장은 지난달 말 직접 내한해 한전 부지를 둘러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코엑스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전 부지의 매각 대금과 서울시의 사전협상제도를 개발의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한전 측은 아직 사옥 부지 매각 방식이나 절차, 매각대금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땅값”이라며 “민간 자본이 얼마나 적정한 가격에 매입하느냐가 사업성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이 끝나도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토지소유주 간의 개발계획 협상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내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참여했던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는 특혜시비 등을 막기 위해 지정용도와 공공기여 등 다양한 공익적 개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게 잘못되면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이 사업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전협상제도

1만㎡ 이상 대규모 부지를 매입한 민간 사업자가 개발계획을 세울 때 미리 서울시와 협의하는 제도다. 서울시가 제시하는 지역특화 산업이나 건축물 높이 등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또 토지의 용도지역이 조정돼 용적률이 높아지는 대신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부지의 20~48%를 공공기여(기부)해야 한다. 민간이 개발하더라도 최대한 공익적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혜정/서욱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