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포스코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연내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기업 본사가 이전할 송도지구. 한경DB
다음달 포스코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연내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기업 본사가 이전할 송도지구. 한경DB
수도권에서도 대표적인 침체지역으로 꼽히는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부동산 시장이 올 들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에서는 2조원대 관광레저단지인 ‘드림아일랜드’ 조성 계획과 외국인 카지노 투자기준 완화 방침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투자문의가 늘고 있다. 다음달부터 포스코엔지니어링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속속 입주하는 송도에서는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집값도 강보합세다. 공항철도 청라역과 경인고속도로 청라IC가 조만간 개통돼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는 청라지구에선 중소형을 중심으로 집값이 최고 2000만원 올랐다.

◆“지역 살아날까”…투자문의 증가

송도·청라·영종 '봄날은 온다'…집값 하락 멈추고 투자문의 늘어
9일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영종도는 최근 대형 관광레저단지 개발 소식에 앞서 이달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종하늘도시 남단에 약 600억원을 들여 ‘씨사이드 파크(Sea-Side Park)’를 조성한다고 밝히는 등 각종 개발호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 10월 완공 예정인 ‘씨사이드 파크’는 역사·문화·자연을 테마로 한 179만2000㎡ 규모다.

하주라 OK공인중개사 실장은 “영종도는 ‘에잇시티’ ‘밀라노디자인시티’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된 곳이라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이 있다”면서도 “이번에는 정부와 공기업(LH)이 발표한 만큼 실현성이 높다고들 본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영종도 땅에 투자하겠다며 매물을 알아봐 달라는 문의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청라지구)의 분위기는 더 좋다. 지역 랜드마크가 될 중앙호수공원이 오는 6월 개장한다. 지역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혔던 대중교통망도 확충된다. 4월 공항철도 청라역이 문을 열면 서울역까지 지하철로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사업도 완료돼 청라IC를 통해 바로 경인고속도에 진입할 수 있다. 박순애 청라지구공인중개사 대표는 “설 연휴 이후 전세매물을 찾는 손님들로 모처럼 중개업소가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세 수요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청라 호반베르디움’(29블록, 전용 84㎡)은 연초 3억4000만원에 팔렸지만 최근 시세가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힐데스하임 전용 59㎡와 서해그랑블 전용 69㎡ 등 소형 아파트값은 2000만~3000만원 오른 상태다.

송도에서는 포스코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직원들이 다음달 송도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더샵 센트럴파크’ 1, 2단지와 ‘더샵 엑스포’ ‘풍림 아이원’ 등 기존 입주 아파트 외에도 다음달 입주 예정인 ‘더샵 그린스퀘어’에 매물 문의가 많다. 풍림 아이원 2단지 전용 84㎡의 전세시세는 1억9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으로 올랐다.

◆미분양 해소·입주율 관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최근 3~4년간 최악의 침체를 맞았던 송도·청라·영종의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 확산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송도의 경우 신규 공급이 계속 쏟아지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청라에선 미분양이 감소하고 있지만 2009년 분양 당시 고분양가(3.3㎡당 1300만~1400만원대)로 분양한 상당수 단지는 여전히 집값이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투자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자족기능 조기 활성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청라와 영종도에선 아파트 소유주의 융자비중이 집값의 50~60%에 이르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이들 지역은 생활·교통 인프라가 개선돼 주거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주택경기가 살아나야 이들 지역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청라·송도=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