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지정 12년만에 입주 시작하는 왕십리뉴타운 가보니…왕십리 2구역, 집값 '쩔쩔'…전셋값만 '펄펄'
도심 ‘미니 신도시급 뉴타운’인 왕십리뉴타운(서울 하왕십리 일대)이 이달 첫 입주를 시작한다. 전체 3개 구역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을 끝낸 2구역 1148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2002년 은평·길음뉴타운과 함께 ‘3대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이다. 앞으로 1, 3구역이 개발되면 5000가구(4947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지하철 1·2·6호선과 분당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어서 일반분양 당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집들이를 앞두고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서 잔칫집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집들이 분위기 시들

3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집들이를 시작하는 텐즈힐 전용면적 84㎡형은 당초 분양가 6억7260만원(최고가 기준)보다 5000만원가량 빠진 6억2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125, 127, 157㎡ 크기의 대형 주택은 분양가보다 최대 2억원 하락했다. 왕십리뉴타운 인근 A공인은 “옛 20평대 소형 주택인 55, 59㎡형만 분양가 수준을 유지할 뿐 나머지는 대부분 분양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에 분양된 125㎡ 이상 대형 아파트 91가구의 경우 아직도 미분양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도 사업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수익이 줄어들면서 가구당 평균 1억3000만원가량의 추가 분담금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팔리지 않은 일반 분양 아파트를 할인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추가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자기집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이런 매물이 많아지면 집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전셋값만 나홀로 강세

약세를 보이는 매매가격과 달리 전셋값은 날고 있다. 세입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형인 84㎡는 전셋값이 3억40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6%에 달한다. 55, 59㎡도 전세가율이 70%를 웃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왕십리는 강남과 도심권 이동이 수월한 교통요지”라며 “전세가율이 70% 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전세입자의 매수세 전환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향후 3개 구역 모두 개발이 완료되면 집값이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구역에 이어 지난해 8월 분양한 1구역(1702가구)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53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말까지 실시된 양도소득세 감면 효과 등으로 계약자가 몰리면서 계약률은 80%를 웃돌고 있다. 분양가가 2구역(3.3㎡당 평균 1900만원대)보다 낮은 1700만원대로 책정됐다.

현대건설·SK건설·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6월께 분양에 들어가는 3구역(2097가구)도 분양가는 1구역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