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끝내 법정관리 신청…7조원 건설현장 '올스톱'…1400여 협력사 '줄도산' 공포
쌍용건설이 채권단의 지원 중단으로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의 고난도 극복했지만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시련을 넘지는 못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등 해외와 국내에서 대형 공사를 수행하고 있어 ‘법정관리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공사 중인 현장은 150곳(공사 규모 7조6000억원), 협력사는 1400여개사에 이른다.

○해외현장 올스톱 위기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달 말 돌아오는 협력업체 공사대금 600억원(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도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황도 한몫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채권단의 지원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해외 현장은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장마다 계약조건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는 계약 중단 사유에 해당된다. 쌍용건설이 맡은 해외 건설공사는 8개국에 16곳, 금액으로 따지면 3조원(총액 기준)에 달한다. 싱가포르에만 4개 현장 1조6000억원 규모의 공사가 있다.

최악의 경우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 발주처의 선수금 반환청구, 공사이행 보증청구 등으로 국제소송도 벌어질 전망이다.

○부도 내몰리는 1400여개 협력업체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14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쌍용건설이 이달 말까지 협력업체에 줘야 할 공사대금은 600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내년 초까지 돌아오는 전자어음 등 지급해야 할 대금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른다.

쌍용건설 협력사(전문건설업체)인 A토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자체 자금까지 동원했다”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협력업체들이 도산하면 쌍용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사 중인 다른 건설사 현장까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단과 군인공제회도 손실을 볼 전망이다. 후순위로 밀리는 군인공제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권은 물론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의 대출금 일부도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쌍용건설에 1조4000억여원 규모의 보증을 선 건설공제조합은 약 500억원을 하도급 업체나 발주처 등에 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주택보증도 쌍용건설에 210억원가량 보증을 섰다.

향후 쌍용건설 회생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남은 해외 공사 물량을 지켜내는 데 달려 있다. 국내 공공공사는 법정관리에 영향이 적을 전망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를 설득하고 보증을 연장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측도 쌍용건설 회생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협력업체 거래은행에 할인 어음 대환 등 유동성 지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며 “해외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돕겠다”고 밝혔다.

이현일/장창민/김동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