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핵심법안 또 해 넘기나]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손 놓은 정치권…주택시장 불안 고조
부동산시장 관련 핵심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해 연내 처리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택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개정안)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주택법 개정안)은 부자감세와 집값 급등의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들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도 1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간 ‘빅딜’이 없이는 연내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장대섭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일본형 장기불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주택자 규제 인식’ 변해야

[부동산 핵심법안 또 해 넘기나]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손 놓은 정치권…주택시장 불안 고조
여야 간 현격한 입장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야당 인식의 근간은 ‘1가구 1주택 중심 정책’에 있다. 가뜩이나 주택이 부족한데 다주택자에게 집을 많이 갖도록 하면 ‘돈 없는 무주택자’들은 큰 불이익을 보게 되고, 반대로 자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는 투기에 가까운 수익을 챙기게 된다는 것이다.

여당은 반대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법이란 게 만고불변이 아니어서 시대 상황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며 “여름엔 에어컨 틀고 겨울엔 히터 틀어야지, 여름이 지나갔는데 에어컨을 틀고 있으면 안 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주택 매입을 통한 투기 수익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가 정책 패러다임을 서서히 바꿔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다주택자 주택보유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기 침체기에는 여유 계층의 주택거래시장 진입을 유도해 미분양 해소와 가격 안정, 전세난 해소 등이 이뤄지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민간 임대시장 유도해야

최근 1~2인 가구 증가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늘면서 전·월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써 주택업계는 민간주택 임대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3.9%(414만2000가구)로, 이미 4인 가구(22.5%)를 앞질렀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돌파할 전망이다. 소형 임대주택 수요가 그만큼 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거주할 만한 주택은 도심 소형 민간임대주택이고, 이들 주택의 공급은 결국 다주택자 등 여유계층이 맡을 수밖에 없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의 임대전용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 철폐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시장에 적극 나오도록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주택 1855만가구 가운데 다주택자 보유 주택은 48.6%인 약 900만가구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는 700만가구로 추산되는 무주택자에게 모두 임대하고도 남는 규모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는 3%(4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주택도 전체의 7.5%인 140만여가구에 그치고 있다.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다주택자 임대사업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좀 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며 “일본은 임대용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감면해 주고, 프랑스 호주 등은 임대용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임대가격’을 통제해 임대사업을 억제할 우려가 큰 만큼 정부와 여당은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안정락/이현진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