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2014년 부동산 시장 기대해도 될까?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법안 통과 이후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벗어나긴 했지만 거래량이 줄고 매물도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 적용 등 ‘부동산시장 정상화’ 핵심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해 방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시장을 이끌던 원동력의 하나인 5년간 양도세 감면 등 한시적 세제감면 혜택이 연내 종료되기 때문에 내년에 일시적으로 ‘거래절벽’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이 시작된데다 서울과 분당신도시 등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 같은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관련법 통과는 ‘호재’

취득세 영구인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시행은 가장 큰 호재다. 이 법안에 따라 부동산 대책 발표일인 지난 8월28일 거래분부터 6억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취득세가 소급 적용된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은 지금처럼 2%로 변동이 없다. 주택시장에서 취득세 인하 한시 조치에 따라 거래량 증감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취득세 영구인하는 내년 주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거래가 갑자기 늘어나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수도권 평균주택 가격인 3억2300만원(국민은행 11월 조사 기준)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는 700만원 수준에서 300만원대로 줄지만 이 때문에 선뜻 주택 매입에 나서는 수요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본격 시작된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사업도 대표적인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연 1%대의 초저금리로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해주는 이 상품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 직장인들과 무주택자들에겐 주택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시행되는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은 현재 층수에서 수직으로 3개 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고 가구 수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권 노후 아파트와 분당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강세를 띠는데 일정 부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현행 규제로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사업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는 ‘악재’

부동산시장의 악재도 적지 않다. 내년부터 ‘양도세 한시감면’이 끝나면 당장 ‘거래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양도세 5년간 면제 등 세제혜택 종료를 앞두고 이달 중순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시장에서는 거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 적용 등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시장 정상화 핵심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도 부동산시장엔 악재다.

[Real Estate] 2014년 부동산 시장 기대해도 될까?
이런 상황에서 2009년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시장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서울 전셋값은 약 40%, 수도권 전셋값은 약 38%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주택시장이 산재한 악재를 극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거의 근접한 상황에서 공유형 모기지나 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해 전·월세 수요자들이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10명중 7명 “전셋값 더 오를 것”

이를 반영하듯 부동산114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수도권 거주자의 약 절반이 2014년 상반기 중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은 10명 중 7명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매매가와 관련해 응답자의 14.2%가 ‘큰 폭 상승’을, 31.1%는 ‘완만한 상승’을 예상했다. 응답자의 45.3%가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7.7%는 ‘보합세 유지’, 19.8%는 ‘완만한 하락’, 7.2%는 ‘큰 폭 하락’이라고 답변했다. 전세가격에 대해서는 34.8%가 ‘큰 폭 상승’, 37.5%가 ‘완만한 상승’이라고 답해 72.3%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합세 유지’는 19.0%, ‘완만한 하락’은 6.8%, ‘큰 폭 하락’은 1.9%에 그쳤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상황이지만 한시적 세제감면이 끝나는 내년 초 ‘거래절벽’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년 1분기 수도권 입주 물량이 35% 급감하는 등의 이유로 전세난이 지속될 경우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