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 360도 회전하면서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동부건설의 방범로봇 ‘센트리’. /동부건설 제공
24시간 동안 360도 회전하면서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동부건설의 방범로봇 ‘센트리’. /동부건설 제공
인천시 귤현동에 들어선 ‘계양 센트레빌’ 아파트는 입주자조차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한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이다.

이 단지 주차장에는 비상벨이 15m 간격으로 설치돼 있고, 폐쇄회로TV(CCTV)는 사각지대가 없게끔 배치돼 있다. 방범로봇 ‘센트리’가 24시간 가동되며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촬영 및 1차 경고 방송을 한다. 지속적으로 동작이 감지되면 2차 경고방송과 함께 자동으로 관리센터에 연락을 취한다.

신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범죄없는 ‘시큐리티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맞벌이 가정과 여성 독신 가구가 증가하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서다. 건설사들도 차별화된 경비 시스템으로 첨단 아파트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보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국내 처음으로 고화질(HD) CCTV를 도입한다. 새 CCTV 화질은 200만 화소로 대부분의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41만 화소보다 훨씬 선명하다. 촬영된 화면을 확대해도 화질이 선명하게 유지돼 행인의 인상착의는 물론 약 20m 밖에 있는 차량 번호까지 식별할 수 있다. 적외선 기능까지 갖춰 범죄위험이 커지는 심야 시간에도 단지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하다.

삼성물산이 다음달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인 ‘래미안 강동 팰리스’는 카드키 방식으로 엘리베이터가 운행돼 카드키가 없으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 방문자의 경우 무조건 보안데스크를 경유해야 한다. 외부인의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는 특정한 ‘기회’는 상당 부분 범행 지역의 공간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며 “도시·건축 설계 단계부터 범죄 예방 개념을 도입하면 범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아파트 단지가 아닌 도시 차원에서 첨단 방범 체계를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1·2·3동에 구축된 ‘U-방범 시스템’은 첨단 감시 장비가 범죄 화면 등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경찰에 통보해 범죄를 원천 차단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셉테드 의무화 등을 조례로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범죄없는 아파트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