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6일 용산개발지역에 대한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변. 문혜정 기자
서울시가 6일 용산개발지역에 대한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변. 문혜정 기자
“작은 식당에서 번 돈으로 간신히 대출이자를 막으면서 견뎌왔는데, 이제는 완전히 희망이 없어요. 용산사업이 무산됐다고 은행이 대출 연장을 안 해주면 어떡해요?”(이촌2동 주민)

용산개발사업 청산이 확정되면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용산개발 보상금을 기대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하던 주민들이 이번에는 ‘대출금 상환 폭탄’을 맞게 돼서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용산개발이 무산되고 서울시가 오는 12일 사업구역지정까지 해제할 경우 서부이촌동 등의 재개발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지금까지 해당 지역에 풀린 수천억원대 주택담보대출 회수에 본격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대출 만기가 돌아온 주민부터 상환 독촉에 나설 예정이다.

서부이촌동(이촌2동)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원리금 연체가 오래된 몇몇 가구는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라며 “용산사업 회생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금융사들의 대출 회수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개발 시행자인 드림허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2300가구 중 절반인 54%(1250가구)가 평균 3억5000만원의 빚(담보대출)을 지고 있다. 2008부터 서울시와 드림허브가 제시한 보상계획을 믿고 대출을 받아 생활비나 부동산 구입에 사용해왔다. 이자를 제외한 대출 원금만 따져도 4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6년 5억5000만원 안팎이던 대림아파트 전용 84㎡형은 용산개발계획이 발표된 이듬해 13억원까지 급등했다. 금융권도 당시에는 대출을 크게 늘렸다. K은행 용산사업 담당자는 “용산개발 지연에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겹쳐 많은 주민은 지금 이자내기도 벅찬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연초부터 금융사들은 이 일대 담보물건에 대해 재감정을 해왔다. 대출 회수를 준비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출 만기가 된 주민들에게는 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를 갚지 못하는 가구들은 경매에 내몰렸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서부이촌동 경매는 12건에 이른다.

김찬 서부이촌동 11개구역 주민협의회 총무는 “주민들은 10억원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한 보상금과 새 아파트 입주권 등 시행사의 보상계획을 믿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역 지정이 풀리면 오히려 주택 거래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서부이촌동 진성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긴 힘들겠지만 거래 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지금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이 일대 대림·동원·성원아파트 전용 84㎡는 8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그러나 법원 경매에 부쳐진 같은 크기의 대림아파트는 최근 6억6100만원(감정가 12억원)에 팔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