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월세가격이 전셋값보다 70% 가까이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학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년여간 강남 3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거래 7만6679건을 분석한 결과 월세의 실질 부담액은 전세보다 69.4% 많았다. 실질 부담액은 세입자가 전세 또는 월세 계약으로 치르는 실질적인 비용을 말한다.

분석 결과 강남 3구의 3.3㎡당 전세 비용은 454만원, 월세 비용은 773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아파트라도 월세 세입자가 전세 세입자보다 약 319만원(70%)의 비용을 더 치르는 셈이다.

조사를 맡은 이충언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에서 세입자의 실질 부담액은 월세보다 전세가 더 적다”며 “최근 추세처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늘어나면 세입자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전세 세입자의 부담은 비용 증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집값 하락과 전세금 상승이 겹쳐 아예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의 위험도 커질 우려가 있다.

한은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수도권 4만7000가구를 분석한 결과 평균 실질 LTV(전세 보증금을 대출금에 더해 계산한 담보인정비율)는 지난해 6월 말 71%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1년 새 전세금 상승률과 집값 하락률을 고려하면 실질 LTV가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며 “실질 LTV 상승으로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떼이는 후순위 세입자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