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를 거듭하던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파이시티) 개발사업이 결국 공매절차에 들어간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TS개발이 제시한 매각가가 기대에 못 미치자 매각을 포기하고 토지를 공매에 넘기기로 결정해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농협·하나UBS·리치몬드자산운용 등 4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파이시티 대주단은 최근 회의를 열고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를 공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파이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TS개발 컨소시엄은 지난달 23일 4000억원에 본 계약을 체결했다. 대주단은 이 가격(4000억원)에 최종 매각될 경우 공익채권 600억원과 기타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실제 배분받을 수 있는 금액이 3000여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대주단은 이 사업에 8700억원을 대출한 상태다.

대주단이 공매로 방향을 틀면서 기존 STS개발 컨소시엄과 맺은 본 계약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당장 공매를 결정한 대주단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에서 매각을 승인할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파이시티 사업부지의 감정가는 2009년 기준 7000억원에 달한다.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웃한 양재동 토지의 평균 시세가 3.3㎡당 2000만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5000억~6000억원은 받을 수 있다는 게 대주단의 판단이다.

개발업계에서는 이번 공매 추진으로 기존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STS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운영권 등을 노렸던 신세계와 롯데쇼핑 등은 다른 사업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파이시티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STS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물론 지난 입찰에서 밀린 현대백화점 등도 다시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파이시티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6107㎡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해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개발사업이다. 2003년 개발이 시작됐지만 과도한 차입금으로 2011년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김보형/박신영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