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 안팔리는 공공기관 부동산, 용도변경 허용해 매각 촉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식품연구원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있는 사옥을 매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 주거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연구시설로만 활용할 수 있어 해당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정부가 한국전력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쉽게 매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키로 함에 따라 매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기업과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혁신도시 개발을 촉진시키기로 했다. 공급(이전 공공기관)과 수요(혁신도시 입주기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다.

국토교통부는 연구시설 등의 용도로 묶여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전기관 부동산에 대해 도시계획시설 규제를 해제해주기로 했다. 연구시설로 용도가 제한돼 민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토연구원(안양)·한국식품연구원(성남)·에너지관리공단(용인) 등의 본사 매각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매각 대상 부동산 119개 중 현재까지 57개(48%)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각이 늦어지면서 혁신도시 사옥 신축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10여개 공공기관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서 빌렸다.

이와 함께 이전기관 부동산 중 개발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LH·캠코·농어촌공사 등 매입 공공기관이 사들이도록 할 방침이다. 용도 변경 이후 재매각하되 개발이익은 국고(혁신도시 특별회계)로 환수해 혁신도시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동산 매각 방식도 다양해진다. 매각에 실패해 재입찰할 경우 매각가격을 내릴 수 있고, 매입자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또는 자산유동화 등 금융기법을 통해 매각이 가능해진다. 이전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 활성화를 통해 조성되는 1조6000억원의 자금이 혁신도시 건설에 조기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기업과 대학에 세금 감면과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도 지원한다.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 기업, 대학 등이 들어오는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에 기업을 유치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을 감면해주는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중복 지정할 수 있다. 도시첨단산업단지으로 지정되면 조성원가 이하로 땅을 공급할 수 있어 입주 기업의 토지 매입 부담이 줄어든다.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된 산·학·연 클러스터에는 산업단지 대학 캠퍼스 조성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500개 기업, 5000명을 신규 고용해 연간 최대 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전 기관이 지분을 출자하거나 PFV를 설립해 직접 보유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서울 삼성동)과 대한지적공사(서울 여의도)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사옥이 있는 일부 공공기관들은 재무개선 목적으로 외부 매각 대신 자체 개발사업 참여를 추진해왔다. 박명식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실패로 한국철도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이전 공공기관이 부지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당초 계획대로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