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끝) '건설업계 1세대' 최삼규 건설협회장의 제언
최삼규 이화공영 회장(대한건설협회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사 현장을 둘러보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

최삼규 이화공영 회장(대한건설협회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사 현장을 둘러보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

“정주영 선배(현대그룹 창업주), 이재준 선배(대림산업 창업주) 등이 피땀 흘려 일궈낸 70년 한국건설이 여기서 무너지면 안되는데….”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보다 연배는 다소 아래지만 건설산업 초창기 동고동락을 해온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74)은 3일 정치권과 ‘부동산시장 정상화 법안 처리 요청 면담’을 앞두고 자료 점검회의를 하는 도중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요즘 만사를 제쳐놓고 여야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소득이 신통찮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한시가 급한 건설업계 현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 회장은 “부자를 위한 법안이라고 야당이 반대하는 데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올 들어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정치권은 도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50년 동안 건설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지독한 불경기를 본 적이 없다”며 “얼마나 더 많은 건설사들이 쓰러질지 예측도 힘들 정도로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어렵다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저녁에 누워도 잠이 안옵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곤 합니다. 건설수주는 줄고 있고, 전국적인 주택 미분양 7만채로 인해 업체들이 떠안은 빚만 21조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살아남은 중소업체는 모두 ‘한계 상황’입니다. 급전을 빌리려고 해도 더 이상 손을 벌릴 곳이 없습니다. 사정이 그나마 낫다는 중대형사도 절반 정도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세를 지고 있어요. 더 늦기 전에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줘야 건설산업이 파탄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은 중소 건설업계의 자금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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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위기를 과장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처음에는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해도 설마 이 정도인지는 몰랐습니다. 건설협회장에 취임한 2011년 3월 이후 현장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공사물량이 2007년 이후 계속 줄어들면서 ‘부도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아있더라도 현상유지도 어렵습니다. 최근 1년간 공사를 한 건도 못 따낸 건설사가 절반 이상입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총 수주액이 101조5000억원으로 7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100조원에 못 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사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업체의 비율이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살아남아도 부도 공포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필요조치를 꼽는다면.

“주택경기 침체가 너무 깊어 ‘4·1 부동산 대책’만으로는 시장 정상화가 어렵습니다. 취득세 감면 연장,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도 이른 시일 내에 입법화돼야 합니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돼 주택시장에서는 ‘거래절벽’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취득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하든가, 아니면 적어도 올해 말까지 감면혜택을 연장해 줘야 합니다. 부동산 과열기 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부담금, 다주택자를 차별하는 양도세 중과를 없애야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가능성은.

“지금 상황에선 솔직히 비관적입니다(한숨).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민경제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건설경기마저 더 침체에 빠져든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특혜 요구’로 비쳐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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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가 절대로 아닙니다. 비정상적인 ‘족쇄’를 풀어 달라는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규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직접 나서 아파트 분양가를 일일이 매기고, 다주택자에겐 징벌적인 과세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도 다주택자 중과 제도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선 3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고 60%를 내야 하지만 영국은 1주택자건 100주택자건 단일세율 18%로 동일합니다. 대다수 선진국의 주택 취득세율도 우리나라의 절반인 최고 2%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규제 탓에 수요와 공급이 왜곡돼 주택값이 급등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급등락하면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하기 어려워 업계는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반시장적인 규제 탓에 건설업체들만 죽어나고 있습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늘려 달라고 건의하셨는데요.

“건설업은 일자리 창출효과와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큽니다. SOC 투자를 줄이면 사회적 취약계층인 기능직·단순노무직 건설근로자와 인테리어업자 등 자영업자들이 바로 타격을 입습니다. 건설업을 살리지 않고는 경제도 활기를 되찾을 수 없습니다. 일부에선 SOC 투자를 ‘토건사업’이라고 폄하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투자이고 미래투자입니다. 서민의 교통복지를 위해서라도 도로와 철도에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경쟁력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SOC 투자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미흡합니다. 여러 선진국은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건설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9년부터 1592억달러 규모의 건설경기 부양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수가 줄어 정부도 여력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차선책으로 협회가 내놓은 게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입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SOC 투자를 4년간 12조원 감축해야 한다면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여 인프라를 확충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의 SOC 투자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국민복지와 연계된 이른바 ‘생활밀착형 SOC’ 확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운영 중인 ‘인프라 모태펀드(인프라펀드)’ 등을 참고하고 국내에서는 대규모 SOC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소규모 도로·상하수도와 도시 재생사업, 도로 방재 및 정보화사업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소규모 SOC’ 건설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출혈경쟁 자제 등 자구노력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옳은 지적입니다. 건설업계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예전 방식으론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습니다.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 정책도 변해야 합니다. 대표 적인 것이 최저가낙찰제입니다. 건설경기는 악화되는데 정부는 시공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합니다. 공공 발주물량이 줄어 일감을 찾기 어려운 업체들은 회사를 돌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가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저가수주는 부실시공으로 직결되기 마련입니다. 저가수주를 피하려는 담합도 판을 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저가수주가 부실시공, 담합, ‘갑을관계’ 악화를 야기하는 근원이지요. 이런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 탓에 일부 건설인은 부실공사와 담합으로 범법자로 전락하고 있어요.”

▷공기업을 ‘슈퍼갑’으로 지목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인가요.

“공기업과 지자체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관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건설업체들이 어려운데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공사비를 부당하게 삭감하고 공사기간을 연장시켜 놓고도 추가 비용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건설협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이 여러 차례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건설산업이 회생해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기업과 지자체도 적극 도와줬으면 합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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