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5일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계획 변경안’을 내놨다. 세운상가는 당초 전면 철거하기로 했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리모델링을 하도록 했다. 주변 지역은 세운상가와 분리해 각자 재개발하도록 했다. 사진은 종로3가 세운전자상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시가 25일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계획 변경안’을 내놨다. 세운상가는 당초 전면 철거하기로 했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리모델링을 하도록 했다. 주변 지역은 세운상가와 분리해 각자 재개발하도록 했다. 사진은 종로3가 세운전자상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시가 25일 내놓은 ‘종로 세운상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은 지금까지 세운상가 일대(43만8585㎡)를 하나로 묶어서 개발하려던 ‘통합개발계획’을 ‘맞춤형 분리개발’로 바꾼 게 핵심 골자다.

○세운상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유도

국내 첫 주상복합 세운상가 부활하나…주변지역 '각자 개발'로
서울시가 세운상가와 주변 노후지역을 분리개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 지역의 보존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운상가 내에 있는 귀금속·조명·전기·인쇄업 등의 업종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건물을 현대적으로 단장하고 편의시설을 갖추면 ‘도심 산업구역’으로 충분히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운상가 건물 자체도 국내 최초의 주거복합건물이어서 건축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세운상가와 옛 도로, 청계천 물길 등 ‘도시 요소’를 살려 재정비가 이뤄지도록 방향을 잡았다.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대상가·세운상가 등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세운상가 군(群)’을 전부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도록 계획을 잡았다. 대신 동서 양쪽 주변 재개발구역은 건물 높이(용적률)를 최대한 높여주고, 여기서 얻은 개발이익으로 공원조성 비용을 조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공원조성 재원조달에 제동이 걸렸다. 상가군과 주변 구역 주민 간 갈등으로 통합개발 계획도 원만하게 추진되지 못했다. 상가의 경우 개발면적은 주변 구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데, 주민은 500명이 상주하고 있다. 주변 지역(300명)보다 훨씬 많은 구조다. 여기에 서울시는 건축물 안전점검에서 B~C 등급을 받은 상가를 일부 리모델링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중수 서울시 역사도심관리과장은 “대규모 개발계획에 확신이 없던 주민들도 오히려 소규모 분할개발에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이는 낮추고, 건폐·주거율은 상향

서울시는 산업기능이 활성화된 4개 구역은 소규모(1000~3000㎡) 단위로, 산업기능이 쇠퇴한 3개 구역은 적극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만큼 중규모(3000~6000㎡) 단위로 각자 개발할 계획이다. 4구역은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기존 사업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주거비율 50% 이외에 최대 10%까지 오피스텔(준주거) 추가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전용면적 60㎡ 이하)을 30% 이상 지으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만 건물 높이는 전체적으로 낮췄다. 기준 90m, 최고 높이 122~125m이던 건축물 높이 제한은 50~90m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종묘와 남산의 자연경관을 고려해 종로·퇴계로변 건물 최고 높이가 70m 이하로 낮아진다.

대신 기존 60%이던 건폐율(부지 내 건물의 1층 바닥면적)은 최고 80%까지 완화했다. 도로가 너무 넓어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거나 건축물 높이가 낮아져 용적률(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확보가 어려운 구역에 대해서다. 시는 도로 확충이나 공공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지원한다. 기부채납 등 구역별 공공기여 비율은 최대 15%에서 평균 5~10%로 낮춰 주민부담을 줄였다.

다만 재정비지구 전체적으로 신축 건물 높이(층고)가 낮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