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땅값 반환해 상환 방침…자금조달이 관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기로 함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이 쥔 2조4천억원의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환 요청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최종 상환 책임이 있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땅값을 반환, 이 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ABCP 등을 상환하지 못하면 코레일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수 있어, 용산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국제무대에서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용산사업 ABS·ABCP 2조4천억…'예의주시'

10일 증권·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회사(PFV)는 그동안 유동화증권인 ABS와 ABCP를 발행해 2조4천16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드림허브가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ABS와 ABCP를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일괄 인수해 국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 팔았다.

ABS와 ABCP는 8%대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저리로 대규모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이나 개발사업자들이 막대한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ABCP와 ABS가 서로 맞물려 발행되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만기 상환 사유가 발생해도 발행 전액을 갚아야 하는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청산 절차에 돌입하는 드림허브도 발행 총액인 2조4천억원을 대출 만기일인 6월 7일부터 순차적으로 상환하거나 차환발행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청하고 코레일이 대출 만기일인 6월 7일 전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태가 커질 수 있다.

대규모 국내외 소송전과 함께 코레일과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판매한 만큼 용산사업관련 ABCP를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결제기일이 남아 있고 상환을 요청한 곳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용산사업이 발행한 2조4천억원의 유동화증권은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갖고 있다"며 "코레일이 상환액을 갚아주지 못하면 국제소송 등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옛 LG카드(현 신한카드와 합병)도 2003∼2004년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ABS 상환을 요청하는 바람에 채무불이행으로 결국 2007년 신한금융그룹으로 넘어갔다.

당시 금융감독당국 중재로 투자자들이 차환 발행을 통한 상환 연기와 금리 조정 등에 합의해줘 시장혼란을 피했다.

◇ 코레일, 땅값 돌려줘 상환…자금조달 불투명

코레일은 일단 '토지귀속 및 대금반환 등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토지매매 대금을 반환해 ABCP 등을 갚아주기로 약속했다며 투자자들은 떼일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선 철도정비창 부지 땅값으로 받은 2조4천억원을 시행사인 드림허브에 반납할 계획이다.

은행에서 2.8∼3%의 저리로 단기 대출을 받아 이날까지 5천470억원을 반환한 뒤 6월 7일(8천500억원)과 9월 8일(1조1천억원)에 나머지 자금을 돌려줄 방침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인 만큼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은행에서 단기로 돈을 빌리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에 적자를 기록한데다 땅값을 반환하면 자본잠식과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기 차입에 따른 이자도 944억원에 달하고 땅값을 돌려주고 땅을 찾아오면 서울시에 취득세 1천400억원도 내야 한다.

정부가 사채발행한도를 자기자본의 현 2배에서 4배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사채발행한도를 높여주기에 앞서 코레일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박상돈 기자 indigo@yna.co.kr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