區 "환지방식에 하자…소송도 불사" vs 市 "문제 없다"

서울시가 시내 최대의 무허가촌인 구룡마을 개발 때 토주소유주에게 추후 돈이 아닌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도입키로 한 데 대해 강남구가 공영개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강남구(구청장 신연희)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주민의 주거대책 마련과 투기세력 차단이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구룡마을 개발을 공영에서 민영방식으로 변경한 시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공영개발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구룡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허가 판자촌으로, 1980년대 말부터 도심 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사람들로 형성됐다.

그동안 도시미관과 주거환경 개선 등 개발이 시급했지만 개발 방식을 두고 시·구·토지주 간 갈등 때문에 미뤄지다 2011년 4월 시의 발표로 공영개발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부지 개발 후 토지소유주에 돈으로 보상하는 '수용·사용 방식'에 민영개발방식으로 알려진 환지방식을 추가하면서 서울시와 강남구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구와 시에 따르면 추가된 환지방식 비율은 전체 부지의 18%로 정도로, 면적은 약 5만4천㎡다.

구는 "환지계획 인가권은 구청장에게 있는데도 지난해 시 도계위 결정 때 구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아 올해가 돼서야 알았다"며 결정 취소를 촉구했다.

또 "도시개발법 시행령에 따라 무허가 판자촌 정비를 위해 개발하는 구룡마을에는 환지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에 합당하지 않은 만큼 법적으로도 하자가 있다"며 인가를 불허하고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신 구청장은 "환지방식은 대규모 토지를 매수한 토지주에게 개발 이익이 귀속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해 최소한의 개발이익도 환수할 수 없다"며 "전국 무허가 판자촌에서 민간개발 방식을 요구하는 민원도 연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계위의 결정에 법적 문제가 없으며 실무적으로도 서너 차례 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환지혼용 방식을 논의 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당시 구와도 협의를 거친 부분이기 때문에 재검토할 계획은 없지만 세부사항은 다시 협의체를 열어 조율할 의사가 있다"며 "SH공사의 채무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지방식을 도입하면 최대 4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분양가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지혼용 방식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특정 세력이 개발이익을 얻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 주도 강제수용 방식의 개발사업에서 패러다임을 바꿔 거주민, 세대주, 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여 논의하는 개발을 추진하려고 이 방식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사업 추진이 늦어질수록 영세 거주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민원의 일부를 수용해 환지 혼용 방식을 채택했으며 영세민의 100% 재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이슬기 기자 lisa@yna.co.kr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