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가 두 배 이상 늘었어요.”

“아파트를 보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습니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던 2000년대 초중반의 모습이 아니다. 빚만 떠안은 ‘하우스 푸어’가 넘쳐나는 2013년 얘기다.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이유와 흐름이 있는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우면동이 그렇고 강서구 마곡지구나 경기 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 평택은 아예 부동산 투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 ‘공장 굴뚝 높아지는 곳마다 부동산이 들썩인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짓고 연구소를 세우고 있을 뿐이다.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권력 공백’ 상태인 부동산 시장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정부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난 사이 벌어진 일이다.

기업들의 보폭은 예전보다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서울 우면동과 수원, 화성 등에는 그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소를 4개나 짓고 있다.

LG전자는 기존 평택공장보다 5배 큰 사업단지를 인근에 조성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경기 안양에 스마트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LG 계열사들은 마곡에 종합 연구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롯데와 코오롱, 대우조선해양, 이랜드 등도 마곡행을 택했다. 동부그룹이 인수한 대우일렉은 광주광역시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고 기아차도 기존 광주공장을 넓히기로 했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땅 크기만 줄잡아 830만㎡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크기(290만㎡)의 3배 가까이 된다. 건물 내부 면적을 합한 연면적은 여의도보다 6배 이상 클 것으로 추정된다. 1차 부지 조성 사업에만 10조원 이상을 쓰고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몰라도 향후 설비 투자를 포함하면 수십조원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사람도 몰린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직접 고용 인원만 10만명이 증가하고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매출 10억원당 6.7명)를 고려하면 직간접 고용 인원은 수십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기업을 따라 들어오는 협력업체를 생각하면 ‘메가톤급’이라 할 만하다.

공장 굴뚝이 생기고 연구소 건물이 올라가는 곳에서는 부동산 시장도 활기가 돌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이 기업 투자 벨트를 따라 형성된 부동산 시장을 유심히 살펴본 이유다.

정인설/김보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