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중산층 200만가구 더 늘리자
한국의 중산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밖에 안 된다. 게다가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층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국내 최고의 중산층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중산층 가구는 5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소득 조사를 전면적으로 확대한 2003년 61.2%에 비해 5.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1인 가구와 농어촌 가구를 제외해 실제 중산층 가구는 50% 언저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 교수의 분석이다.

중산층은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50~150%를 벌어들이는 소득 중간층이다. 2011년의 경우 연간 가처분 소득이 1590만~4771만원이면 중산층에 들어간다. 중산층 소득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8년간 54.2%에서 48.1%로 떨어졌다. 핵심 소비집단이 돼야 할 중산층이 전체 소득의 절반도 못 가져갔다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중산층 70% 복원’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유념할 것이 있다. 중산층에서 이탈한 5.7%의 가구가 지난 8년간 어디로 움직였느냐다. 3.1%는 고소득층으로, 2.6%는 빈곤층으로 옮겨갔다. 상류층으로 이동이 더 많았던 것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5~6%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올해 이후다. 지금 한국 중산층은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는 세계적 불황 시기다. 미국과 유럽도 중산층이 무너진다며 난리다. 자영업 전선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중견·중소기업 종사자들이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할 경우 대거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가구 수 1800만가구 가운데 중산층은 1000만가구, 빈곤층은 350만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문 교수는 “새 정부 초기에 빈곤층 200만가구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역동성의 상징이자 사회 통합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중산층의 존재는 지속 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불시에 들이닥치는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최종병기’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은 중산층 1200만가구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김태철/김유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