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상에서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자금 젖줄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7일 열린 ‘2012 기관투자가 부동산 국제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글로벌 부동산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아시아 지역 부동산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펀드들의 ‘매수 타깃’이었지만, 이제는 아시아의 기관투자가들이 급성장해 이머징마켓은 물론 선진국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자산운용 컨설팅업체인 타워스왓슨의 리처드 탄 아시아사모투자부문 대표는 “세계 20대 연금펀드 가운데 절반 정도를, 전 세계 국부펀드 자산의 41%를 아시아 펀드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아시아는 이제 글로벌 시장의 주요 자금줄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 가운데 아시아계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중동(36%) 유럽(18%)보다 높다. 아시아 연금펀드인 일본의 연금자금운용기금, 한국의 국민연금공단, 말레이시아의 근로자공제기금 등은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탄 대표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이달 도이체방크 런던 지사가 입주해 있는 빌딩을 독일계 부동산 투자펀드로부터 사들였고, 영국 히스로 국제공항 지분 10%도 인수했다”며 “아시아계 자금이 글로벌 부동산시장에서 핵심 투자자가 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아시아 연기금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야토 쓰지 일본개발은행 부장은 “고령화 이슈가 심한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호주 등과 같은 고령화가 덜 진행되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호주 등의 부동산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사회보장기금의 윈 프롬펫 해외부동산투자부문 대표는 “아시아 각국별로 보면 태국은 철도 등 인프라 프로젝트가 많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지하철 건설이 필요하다”며 “아시아지역의 연기금이 협력체제를 구축해 아시아 각국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