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서울 이화여대 정문 앞. 10일 오후 무더운 날씨에도 가족 단위 중국 관광객들이 연방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국 톈진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유첸 씨(23)는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이대 정문, 이대 정문에서 경의선 신촌역으로 이어진 ‘ㄱ’자 모양의 ‘이화여대길’에서는 삼삼오오 쇼핑하는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같은 시간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의 한 빌딩 3층에는 ‘급임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인근 H공인 대표는 “보습학원이 문을 닫아 내놨는데 한 달째 찾는 사람이 없다”며 “1억원을 웃돌던 200㎡ 안팎의 중대형 학원 자리 권리금은 아예 사라졌다”고 전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광역 상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이대앞,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등 죽었던 상권이 부활하는 반면 대치·중계동의 학원 상권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동대문과 강남에 밀렸던 이대앞 상권은 최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화여대길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화장품 가게가 30여개에 달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유동인구를 빼앗기며 고전하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는 10월 분당선 연장구간(선릉~왕십리) 개통을 앞두고 제조·직매형 패션 브랜드(SPA)와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퉈 매장을 준비 중이다.

탄탄한 사교육 수요 덕에 불경기를 모르던 대치동·목동·중계동 상권은 EB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초까지 6개 층을 사용하던 대치동 C학원은 지난달부터 2개 층만 임차해 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 이대와 홍대 권역의 상가 임대료는 직전 분기보다 각각 0.29%와 1.91% 상승했다.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효과가 기대되는 압구정동도 0.2% 올랐다. 반면 중계동(-13.2%)과 목동(-5.4%) 대치동(-0.2%) 등 학원가 상권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개인 영세업체가 많은 서울 도심 상권에서도 경기 침체 여파로 임대료가 하락했다. 전통시장이 있는 종로5가(-3.29%)와 종로3가(-0.58%)는 매출이 줄면서 공실률은 오르고 임대료는 내렸다.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몰 개장을 앞두고 영등포 등 인근 상권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장용훈 부동산114 연구원은 “유커, 전철 황금노선 개통, 쉬운 수능이 광역 상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이현일/정소람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