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이하 상한제)는 과도한 분양가 상승으로 집값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수단이다. 최근 들어 미분양이 쌓이고, 분양가격 이하로 떨어진 주택이 넘쳐나면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분양가 폐지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거래 부진 △신규 분양 저조 △주택 품질 저하 등을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지목하면서 폐지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과열기에 도입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상한제가 왜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는지, 상한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주택부동산 시장이 건강해졌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2007년 재도입 때부터 업계는 상한제로 인해 공급이 위축돼 2~3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 4~5년간의 현실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않고 있다. 2007년 이후 주택 공급은 줄었지만(인허가 기준으로 2007년 55만가구→11년 48만가구), 호황기의 추억을 버린다면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또 공급 축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노무현 정부 5년 31.9% 상승에서 이명박정부 4년간 6.9% 상승으로). 제대로 해석한다면 이 과정은 과열시장이 상한제와 같은 정책의 도움을 받아 안정돼 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상한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그 효과와 긍정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시장의 하향 안정화를 원하고 있고, 상한제는 그 지렛대다.

시장이 건강하게 돌아가면 상한제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업계는 상한제를 늘 ‘반시장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얼마나 시장원리에 맞게 사업해 왔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수요자들은 ‘공급우선주의 정책의 우산’ 아래 업계는 값싸게 주택을 생산한 뒤 주먹구구식 원가계산, 착취적 하도급, 음성적 담합, 금융특혜, 가격 부풀리기 등 부정적 사업 행태를 통해 ‘독점적 이익’을 챙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반시장적 행태가 지속되는 한 상한제를 굳이 폐지할 이유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현상적 이유만으로 상한제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범죄율이 떨어지니 형법을 없애자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폐지론자들은 시장이 바뀌어 분양가가 앞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상한제를 없애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을 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977년 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수차례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폐지한 1, 2년 뒤 분양가는 늘 폭등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분양가 자율화가 허용된 후 2006년까지 집값은 3배나 폭등했고, 이는 곧 2007년 재도입의 배경이 되었다.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성으로 인해 시장 과열화가 주기적으로 나타났고, 상한제는 이를 보정하는 장치로 도입됐던 것이다. 따라서 공급구조가 여전히 과잉화돼 있는 한국의 주택부동산 시장에서 상한제 철폐는 거시경제 호전과 더불어 가격 오름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휘발성을 갖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최저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고가격으로서 분양가 상한선은 계속 올릴 수 있다. 주택업계는 상한제 아래서도 분양가를 계속 높이려다 미분양이 누적되자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게 최근 상황이다. 이는 상한제 도움으로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일정하게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분양가 회피로 인한 가격 인하와 같은 지표상 변화가 나타난다고 해서 이것이 마구잡이 공급, 가격 부풀리기, 투기적 거래 등을 초래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시장세력 스스로가 초래한 시장침체(시장실패) 뒤로 잠시 숨기고 있는 정도다.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측은 시장침체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상한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지금은 시장침체를 빌미로 이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상한제 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분양가는 마음대로 올려 과거처럼 투기적 이익을 더 많이 챙기겠다는 계산을 숨기고 있다. 따라서 자율화가 되면 공급자들은 건축자재 고급화나 간접비 부풀리기 등 갖가지 구실을 붙여 분양가격을 올리려 할 것이다. 과거 분양가 자율화 이후 가격이 폭등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이라도 자율화가 되면 수요가 많은 중대형이나, 부가가치가 큰 고가주택은 공급자들의 손쉬운 고가화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물론 가격 전반의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또 폐지론자들은 상한제 때문에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고 주택품질도 높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한제는 분양가의 최저가가 아니라 표준건축비 등을 활용해 설정되는 최고가를 가리킨다. 상한제 하에서 분양가는 원가연동제와 연계돼 사회적 통념에 맞는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반영하는 적정수준의 가격이다. 실제 분양가는 표준건축비(+적정이윤), 감정평가에 의한 택지조성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되고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정된다. 이는 공급자가 지배하는 한국 주택 시장에서 말 없는 다수 수요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상한제 하에서도 고분양가로 주택소비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굳이 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되살리겠다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한제 폐지를 통해 꺼져가는 시장에 불을 다시 지피자는 것은 그간 도덕적해이가 심각했던 부동산건설업의 생태계를 되살려 내자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업계가 말하는 주택부동산 경기를 되살려 낸다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규모의 부동산건설업과 전국 편의점 수의 4배에 달하는 건설업체(2010년 6월 기준)가 먹고살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팽창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 활성화가 과연 필요하고 바람직한가는 재고의 여지가 많다.

수요자들의 눈으로 본다면 업계가 말하는 공급과 거래 침체는 사실 하향 안정화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상한제는 이러한 구조조정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계속 사용돼야 한다. 이 구조조정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주택부동산 시장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상한제 폐지는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건설업계의 민원만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조명래 <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 >

△ 영국 서섹스대 도시지역학 박사 △ 한국NGO학회장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 △ 환경정의공동대표 △서울시도시계획위원 △ 충남행정혁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