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아 있는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이 서울시와 SH공사 주도로 공영개발된다.

현지 판자촌 거주민들과 현지 토지주 등 주민 100%를 재정착시키는 개발방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민간 재개발(조합+건설사 주도의 개발)’의 경우 원주민 정착률이 5~30% 선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개발 이후에도 원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는 자족타운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파트 이외에 상업·업무·교육·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주거복합단지’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원주민 100% 재정착’ 첫 개발 사례

서울시가 지난 20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가결시킨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에 따르면 SH공사(사업시행자)는 자연녹지가 대부분인 구룡마을 부지 28만6929㎡에 임대 1250가구(일반분양분은 미정)와 기반시설을 짓는 공영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전체 면적의 94.6%를 차지하는 사유지는 수용하고 일부는 토지주가 원하면 인근 대체 부지로 바꿔주는 환지방식으로 시행한다. 개발계획의 핵심은 현재 거주 중인 1242가구(2530명) 모두 재정착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 대상 151가구에는 영구임대아파트를, 나머지 무주택 가구에는 30년 장기 공공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45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임대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세 5만~6만원만 내면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 3500만~6000만원에 월세 35만~45만원이 필요해 그동안 생활형편이 어려운 상당수 주민들이 공영개발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임대아파트 거주비용을 낮추기 위한 대책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특정 개인들에게만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민영개발 대신 공영개발 원칙을 내세워 지난 1년간 주민들과 비공식 협의를 계속해왔다”며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작년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등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또 주민들에게 가구당 545만~1565만원의 이주비를 지원하고 개발과정에서는 다른 지역 임대아파트도 제공할 방침이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주민과의 협의 및 토지보상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14년 말 착공해 2016년 말 완료될 예정이다.

◆토지보상 등 과제 산적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순항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토지주와의 토지보상 비용 협의가 관건이다. 2005~2008년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저렴한 분양가에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을 받아 민영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만큼 서울시가 이들을 설득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 구룡마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도심개발과정에서 밀려난 무주택서민들이 모여 형성한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이다. 이후 25년간 주거환경개선을 하지 못하고 방치돼왔다. 강남구는 지난해까지 이곳을 무단 점유한 거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해주지 않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