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비싼 공사비 탓에 한옥을 짓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편수(대표 목수)가 현장에서 자재를 만들어 짓는 전통한옥의 공사비는 3.3㎡당 1500만원을 웃돈다. 지난해 5월 완공된 국회 내 한옥인 ‘사랑재’의 총공사비는 36억6000만원으로 3.3㎡당 1440만원이 들었다. 국토해양부가 산정한 기본형 건축비(60~105㎡ 이하) 418만~432만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3.3㎡당 600만원대 보급형 한옥

한옥의 공사비가 비싼 이유는 일반 건물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목수나 와공(지붕공사 인부)들의 일당은 30만원 선으로 일반주택 기능공보다 많다. 목재와 기와 등 주요 건축 자재의 기성품 비율이 낮은 것도 원인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자재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성품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공사기간이 3~6개월까지로 긴 것도 공사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엔 대청마루와 골조, 벽체, 문틀 등 주요 부분을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20~30일간 조립해 완공하는 보급형 한옥이 등장해 공사비가 3.3㎡당 600만~800만원까지 내렸다. 한옥전문업체인 하루한옥의 박재원 대표는 “전통한옥은 영세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진행돼 불필요한 낭비가 많았다”며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표준·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공사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아예 집을 통째로 만들어 옮기는 ‘유닛모듈 한옥’도 있다. 기둥과 보 등 골조와 벽체 및 창호를 포함한 전체 공정의 80%를 끝낸 뒤 현장으로 유닛을 옮겨 지붕을 씌우고 바닥을 고정한다. 현장 조립에 3일이 채 안 걸린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시험용으로 제작한 39.6㎡(12평)짜리 유닛모듈 한옥 공사비는 타일과 도장 등 현장 공사비 1428만원, 유닛구조체 3150만원, 모듈 운반비 304만원 등을 더해 4883만원(3.3㎡당 407만원)에 불과하다. 이창재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모듈러 방식은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이라며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전통한옥보다 단열 등 주거 환경은 더 좋다”고 말했다.

◆1억원대면 한 채 지을 수 있어

실제 한옥의 건축비는 얼마나 들까. 하루한옥에 의뢰해 도심권(20평대)과 외곽권(30평대) 한옥으로 나눠 예상 비용을 뽑아봤다. 대지 132㎡, 건축면적 66㎡짜리 도심권 한옥은 목재와 가공·조립, 지붕기와 비용이 2400만원씩 총 7200만원에 달했다. 창호와 수장 등 내부 마감 비용 3200만원 등을 합한 건축비는 1억3380만원이다. 여기에 담장과 마당 등 주변 공사비 2830만원이 추가돼 전체 비용은 1억6210만원(3.3㎡당 810만원)이 든다.

대지 660㎡, 건축면적 99㎡ 규모 외곽권 한옥은 개량한식 기와를 사용해 도심권(전통토기와)보다 지붕기와 비용을 1500만원 가까이 줄였다. 대신 대지 면적이 넓어 조경수 등을 심는 조경비용이 250만원 더 든다. 총비용은 건축비(1억4400만원)와 주변 공사비를 합쳐 1억6480만원(3.3㎡당 549만원)이다. 박 대표는 “한옥은 자재의 종류 등 건축주의 선택에 따라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