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살던 한옥도 고급 숙박시설로 변신
“민원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는 명소입니다.”(안영환 혜화동주민센터 동장)

서울 지하철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혜화초등학교 쪽으로 4~5분 걷다 보면 ㄷ자형의 1층 한옥이 보인다. 국내 최초 한옥 동사무소인 ‘혜화동주민센터’다. 1940년 지어진 한옥을 6년 전에 종로구가 31억원을 주고 매입해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2006년 11월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대청마루와 한식돌담을 복원하는 2차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전기·소방·통신 등 설비까지도 한옥양식과 어울릴 수 있도록 손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MB 살던 한옥도 고급 숙박시설로 변신
공공건축물과 호텔 오피스빌딩 등 비주거용 건물에도 한옥부활 움직임이 거세다. 외국손님과 각종 회의를 위해 작년 5월 국회 내에 문을 연 ‘사랑재’는 한옥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신응수 대목장이 공사에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북측 한강 쪽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에 건물 일부가 돌출된 누마루를 내고, 90년 이상된 강원도 소나무를 목재로 쓰는 등 입법부 건물답게 위엄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이 밖에 ‘구로구 어린이 한옥도서관’과 ‘남산국악당’ 등도 한옥의 멋을 한껏 살린 현대건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MB 살던 한옥도 고급 숙박시설로 변신
서울 신정동 ‘국제선센터’는 연면적 1만600㎡, 지상 7층 규모의 콘크리트 한옥빌딩이다. 문화·업무용 빌딩이다. 김개천 국민대 교수가 황룡사 9층 목탑을 모티브로 설계했다. 도심 아파트촌 한가운데 우뚝 솟은 기와지붕 외형이어서 이채롭다. 국내 최초 도심 템플스테이용 건물이란 특성을 살려 한옥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옥형 건물은 고층빌딩을 올리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 건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초고층 한옥빌딩과 한옥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법 개발도 활발하다. 한옥전문기업인 삼한건설은 건물을 지탱하는 지붕과 대들보에 스틸자재를 활용, 초고층 시공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비주택 건물 가운데 ‘한옥 부활’이 가장 뜨거운 곳은 호텔이다. 전남개발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춰 지난 4월 여수 덕충동에 개장한 한옥호텔 ‘오동재’는 외국인들로부터 인기 폭발이다. 전체 32개 객실 중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진다. 전통 기와집 형태의 오동재는 전통 방식의 담장과 정자를 테마시설로 살렸다. 전남개발공사는 작년 9월, 영암 포뮬러원(F1) 경기장 인근 ‘영산재’ 한옥호텔을 개장했다. 이에 앞서 삼부토건은 2007년 5월 경북 경주에 국내 최초의 ‘한옥형 특급 호텔’인 ‘라궁’을 선보였다.


기존 한옥을 개조한 한옥형 게스트하우스(여행자용 민박시설)도 늘고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2010년 25곳이었던 게스트하우스는 2년여 만에 51곳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살았던 가회동 한옥도 한옥형 게스트하우스인 ‘취운정’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살던 안방을 비롯해 대청방 사랑채 별당채 등 4개 객실로 구성됐다.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의 이강민 센터장은 “한옥 건축물이 늘어날 수 있도록 건축주에 대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건축비와 보수비 등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