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억 올린 '혁신학교의 힘'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의 봇들마을 8단지 ‘휴먼시아’는 전용면적 84㎡의 매매값이 8억원, 전셋값은 4억5000만원이다. 인근 봇들마을 4단지의 같은 크기 아파트 매매가 6억5000만원, 전셋값 3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1억원 이상 비싸다.

이 같은 격차는 단지 인근에 혁신학교로 지정된 보평초·보평중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통학이 가능한 단지들의 집값 프리미엄이 다른 단지들보다 크게 높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기훈 대교공인 대표는 “혁신학교에 입학이 가능한 봇들마을 7, 8, 9단지와 백현마을 1, 2단지는 전세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라고 전했다.

요즘 경기도에선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특화교육을 하는 혁신학교가 ‘교육 프리미엄 신규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혁신학교의 한 관계자는 “기존 획일적 공교육 패턴에서 벗어나 창의적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되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로써 주제별 독서와 토론, 글쓰기 등 심층수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에도 불구하고 학비는 일반 공립학교와 같아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혁신학교로 개교한 고양시 행신동 서정초등학교도 주변 아파트 값을 끌어올렸다. 서정마을 5단지의 전용 84㎡형 매매값은 3억8000만원, 전셋값은 2억6000만원으로 인근 4단지보다 3000만원 이상씩 높다. 의정부시 신곡동 한일유앤아이 역시 의정부초등학교가 최근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매매가가 올랐다. 작년 11월 혁신학교 지정 이전에는 8700만원이던 전용 52㎡형의 전셋값이 지난달엔 9500만원으로 급등했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이나 목동지역 등 기존 우수학군 지역은 전셋값이 너무 비싸 웬만한 사람들은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 이주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