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반포아파트 12억에 팔고 4억 보태 강남역 상가 매입
서울 반포동에 사는 이모씨(58)는 최근 전용 85㎡ 반포자이 아파트를 12억원대에 팔았다. 값을 좀 더 받고 싶었지만 아파트를 갖고 있느니 고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를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갖고 있던 자금 4억원을 보태 며칠 전 강남역 이면도로에 있는 상가를 하나 사들였다. 그는 “임대료로 월 500만원씩 꼬박꼬박 받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최근 들어 아파트를 팔고 상가 매입에 나서는 강남 부자들이 늘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앞으로도 더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많아서다. 상가 건물은 통상 연 4~6%대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재건축 끝난 아파트 팔고 상가로

[강남부자는 지금] 반포아파트 12억에 팔고 4억 보태 강남역 상가 매입
무역업을 하는 김모씨(52)는 최근 반포래미안 전용 222㎡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아파트 규모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차익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부부 둘이서 사는데 너무 큰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해외에 자주 나가 집을 비우는 일도 많아 단지 안에 있는 30평형대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끝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남 부자들 사이에선 김씨처럼 집을 팔려는 움직임이 많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반포 래미안이나 자이, 잠실 리센츠 등 재건축이 끝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다운사이징’하는 사례가 많다”며 “더 이상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보고 상가 건물 등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PB팀장은 “강남에서 20억~30억원짜리 아파트를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은 ‘정부에 월세 내면서 사는 것과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대형 아파트를 깔고 사느니 임대료라도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 매매가가 당분간 정체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큰 규모의 유동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상가 건물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30억~50억원 정도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이 특히 상가에 관심이 많다”며 “서울 강남, 종로, 을지로 등지의 물건을 많이 찾지만 물량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도 관심 높아

오피스텔을 사들여 짭짤하게 재미를 보는 부자들도 많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씨(68)는 오피스텔만 10실을 보유하고 있다. 김씨는 “매달 오피스텔 임대료로 800만원씩 들어오고 있다”며 “친구들에게도 투자용 부동산으로 오피스텔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에 사는 김모씨(65)는 몇 달 전 아파트 규모를 줄여 옮긴 뒤 차익에 여유자금을 보태 오피스텔 6실을 샀다. 김씨는 “정년 퇴직으로 더 이상 고정적인 수익이 없었는데 잘한 결정으로 여긴다”고 했다.

오피스텔은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사람들도 투자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여력이 아주 많지 않은 사람들은 상가보다는 오피스텔을 선호한다”며 “강남, 분당 등지에 있는 대형 아파트를 팔아 오피스텔을 사는 투자패턴이 최근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산층까지 이런 트렌드에 합류하고 있다는 게 박 팀장의 분석이다.

○노른자 물건은 거의 없어

목이 좋은 곳에 있는 상가 오피스텔 등은 나오는 물량이 거의 없어 꾸준한 관심에도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분양 상가는 가격이 워낙 비싸다. 박대원 소장은 “강남역 인근은 3.3㎡당 1억1000만원을 호가한다”며 “10평짜리도 10억원 이상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남 부자들이 찾는 상가 건물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50억~100억원대, 상가 층수는 5층 전후, 땅 넓이는 대지 330㎡ 이상이다.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이면도로의 상업지역은 3.3㎡당 1억원을 호가한다. 서초동 교대역 부근과 청담동 등지의 물건도 많이 찾는다.

강남 건물을 선호하지만 빌딩 공급이 많아지면서 일부에서 공실률이 생기고 임대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이유로 명동 동대문 신촌 홍대 등지의 강북지역 빌딩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북권 상가들은 수익률이 강남보다 높은 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상가 임대수익률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평균 3.78%였다.

반면 노원구는 7.39%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6.41%) 중구(5.79%) 등도 6% 안팎의 수익률을 보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