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 5층짜리 상업용 건물을 갖고 있는 김모씨(51)는 올해 초 세입자 교체를 앞두고 건물 옥상에 파라솔을 세웠다. 세입자들이 간단하게 식사하거나 바람을 쐴 수 있도록 야외 휴게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관련법상 의무사항이 아닌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김씨는 “주변 건물에선 볼 수 없던 옥상 휴게공간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더니 의외로 임대를 놓기가 쉬웠고 임대료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건물의 가치 상승 여부는 건물주 하기 나름이다. 단순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보유건물 가치 올리기는 매우 중요하다. 매입 후 리모델링이나 상업지역에서 재건축 등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게 중소형 건물의 투자 포인트다. 중소형 건물은 대형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거래수요가 많아 건물 가치를 끌어올리면 팔기도 쉬울 뿐 아니라 투자규모 대비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중소형 빌딩 손질 좀 했더니 … 임대 '술술'  수익률 '팍팍'
◆리모델링 후 임차인 재구성

대기업에 근무하다 퇴직금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시작한 이모씨(60)는 신축보다 비용이 적은 리모델링으로 건물 가치를 높였다. 이씨는 2009년 6월 신사동 3종 주거지역에 바닥면적 400㎡인 5층짜리 건물을 120억원에 매입한 후 당초 재건축을 검토했다가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모델링하면 10억7000만원이 들지만 신축하면 22억원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용적률도 낮아져 손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건물의 현재 용적률은 299.4%지만 기준이 바뀐 2002년 이전에 신축 허가를 받아 300%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2002년 이후부터는 250%로 낮아져 신축을 하면 용적률이 49%가량 줄어들 판이었다.

당초 1층 음식점, 2층 이상은 사무실로 쓰던 것을 리모델링 이후에는 지상 1~2층 커피전문점, 3층부터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등으로 임차인도 재구성했다. 월세수익은 2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임대수익률은 연 3%대에서 4.53%로 올랐다. 청담동 일대 중소형 건물의 연평균 수익률(3.2~3.3%)보다 높게 나왔다. 이씨는 지난 3월 이 건물을 170억원에 되팔았다. 실투자금 9억원에 연 이자율 5%로 대출받은 100억원을 제외하고 50억원가량을 남긴 셈이다.

◆상업지역 저층건물 재건축

건설자재 관련 사업을 하던 김모씨(51)의 투자 포인트는 상업지역에서 저층 건물을 찾아 새로 짓는 것이다. 토지용도가 3종 주거지역보다 용적률이 높은 상업지역이라면 같은 땅에 건물을 상대적으로 높이 지을 수 있어 임대수익은 물론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6월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주차장을 포함해 바닥면적 449㎡인 단층건물을 53억원에 매입했다. 음식점의 월세 수입이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자 건물을 헐고 지상 11층으로 새로 짓기로 했다.신축 건물에 1~2층에는 일식집, 그 위로는 사무실 용도로 세입자를 들여 월세로 4090만원을 받았다. 신축비 17억여원을 포함해 34억원을 대출받아 금융이자로 매달 1900만원가량 낸 것을 제외하고 임대수익률은 연 5.15%가 나왔다. 건물의 가치를 높인 김씨는 2009년 4월 125억원에 건물을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이후 김씨는 역삼동 대로변에 바닥면적 403㎡인 3층짜리 건물을 140억원에 매입했다. 역시 상업지역으로 공사비 60억여원을 들여 지하 4층~지상 15층 규모로 새로 지었다. 총 15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이 건물 가격은 300억원을 호가한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 상업지역 비율은 강남구 5.7%, 서초구 2.8%, 송파구 5.4% 등 평균 3~6%에 그쳐 희소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땅값 저평가된 물건

40대 강모씨 부부는 올초 방배동 카페거리 코너에 바닥면적 185㎡인 5층짜리 건물을 22억원에 매입했다. 1980년대 초반에 지어져 외관이 형편없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3.3㎡당 5200만원에 달하는 주변 시세에 주목했다. 주변 시세를 대입하면 이 건물의 가치는 약 30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높았다. 수선만 잘 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큰 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건물이 코너에 위치한 데다 땅 모양이 직사각형으로 전면이 넓어 눈에 띄기 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이 걸어서 3분 이내인 점도 향후 임대수익률은 물론 시세차익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대수선을 감행했다.

전용면적 85㎡인 반포주공아파트 전세금 4억원, 서울대 입구의 분양상가 3억2000만원 등을 처분해 자금을 보탰다. 여기에 수선비용 3억5000만원을 포함한 18억원을 대출받았다. 1층에 있던 카센터는 카페거리 수요에 맞게 커피전문점으로 재구성할 예정이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월세수익은 1400만원 정도에 임대수익률은 연 3%대에서 6% 초반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적어도 2~3년 보유해야

좋은 건물을 사들였어도 매각 시기에 따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권광연 원빌딩 부동산중개 이사는 “보통 양도소득세 적용을 기점으로 매입 2년 이후 일반세율구간을 적용받고 3년 이후 건물분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통상 2~3년이 지난 뒤 재매각을 해야 차익 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토지와 일반건물은 3년 보유 때 양도차익의 10%, 10년 이상 보유했을 때는 30%를 공제한다.

김민주 한경닷컴 기자 minju1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