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연초 부산과 경남에서 불기 시작한 청약 열풍이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춘천 세종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청약 부진으로 침체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지방에서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청약 열기가 되살아났다”며 “건설사들이 3년 전 ‘착한 분양가’로 공급한 것도 소비자들의 내집 마련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분양시장 활기] 부산·경남發  '분양 열풍' 광주·대전 찍고 춘천으로

◆뜨거운 지방 분양 시장

영남권은 메이저 건설사들이 청약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초 대구 봉무동에서 분양한 이시아폴리스 더샵 3차는 1686가구(특별공급 포함) 모집에 3237명이 신청해 평균 1.9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84㎡A형이 4.99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경남 창원시 감계지구에서 분양한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1082가구)는 1순위에서 최고 9.8 대 1을 기록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충청권 분양시장은 대전의 특급 주거지인 도안신도시와 내년부터 정부 청사가 이전하는 세종시의 맞대결로 요약된다. 대전 도안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이달 초 948가구 모집에 1834명이 신청해 1.93 대 1의 평균 경쟁률로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극동건설의 ‘세종시 웅진스타클래스’도 161가구를 모집한 일반분양에서 무려 4830명이 청약, 1순위에서 청약 접수를 마무리했다. 대우건설이 이달 초 충남 서산에서 선보인 ‘서산예천 푸르지오’도 평균 3.45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끝냈다.

전남에서도 청약 경쟁이 달아올랐다. 우미건설이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에서 지난달 말 ‘우미파렌하이트’ 청약을 받은 결과 548가구 모집에 2247명이 몰려 평균 4.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형인 전용 106㎡형은 3순위에서 59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전세난·공급부족·저분양가의 합작품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 열기의 1차적인 이유로 공급 부족을 꼽는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에 나선 게 미분양으로 쌓였고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신규 공급이 3년간 중단되다시피했다. 자금난에 봉착한 중견주택업체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선언하면서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지방 주요 도시에서 10%대의 상승률을 보인 주택가격이 무주택 세입자들로 하여금 아파트를 구매하도록 유인한 것이다.

미분양 충격을 경험한 건설사들은 분양가 거품 제거에 나섰다. 3,4년 전 분양가로 공급하는 등 분양가를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지방 주요 도시에서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높지 않은 가격에 장만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는 게 분양 마케팅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시장에서의 청약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대형건설사와 주택전문업체들이 분양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택 공급은 줄어드는 추세다.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연말까지 분양될 아파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타이거하우징 김태욱 사장은 “분양가 거품이 꺼지고 품질은 높아지면서 지방 소비자들의 아파트 청약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청약 열기가 높다는 건 향후 투자가치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분양시장 활기] 부산·경남發  '분양 열풍' 광주·대전 찍고 춘천으로

◆강원도까지 열기 확산

상반기 강원도 춘천 장학리에 선보인 ‘춘천 아이파크’는 평균 3.76 대 1로 청약을 마쳤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입어 원주 지역의 미분양 주택이 대거 해소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강원도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얘기다.

4분기에도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분양 시장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가 이달 중순 춘천 소양로2가 일대 재건축 사업(총 1431가구)으로 1211가구를 일반 분양하고, 현진은 내년 초 효자동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641가구(일반 분양 541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춘천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고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상반기 분양 단지들에 1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형성되는 등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