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오 가우디를 낳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곳에서 열린 국제대학생건축공모전에서 한국 건축학도 5명이 팀을 이뤄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팀,바르셀로나건축대 팀 등을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영남대 건축학부 5학년 박중하(25) 박준영(25) 권수환(26) 씨와 같은 학부 4학년 박창범 씨(25),3학년 한창석 씨(24) 등 5명이 주인공이다.

이번 공모전을 주최한 아키미디엄은 '건축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에서 건축가,건축 관련 잡지사 등이 모여 만든 단체다. 박중하 씨가 이끄는 영남대 팀은 '뉴욕 시어터 시티'라는 주제로 지난 2월 이 공모전에 응모해 지난달 최고상을 받았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건축디자인 경연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영남대 팀에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새롭고 다양한 공연문화가 자유롭게 싹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거대 자본의 투자를 받은 대형 공연문화가 지배하면서 비즈니스 공간으로 바뀐 브로드웨이를 1980년대의 실험적 도전정신이 살아 있는 문화도시로 되돌려 보자는 취지다.

영남대 팀은 로마 콜로세움을 본떠 원 모양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리고 뉴욕의 새로운 명물 '하이라인파크'와 건축물의 끝부분이 만나도록 했다. 하이라인파크는 버려진 고가철도를 생태공원으로 재탄생시킨 뉴욕의 관광 명소로,이번 과제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변 환경 중 하나였다. 지하에는 작은 규모의 극장을 많이 배치해 실험적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아키미디엄 심사위원단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세련미를 돋보이게 했고 고가철도 기둥 사이의 죽은 공간을 창작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중하 씨는 "집안에 예술을 하는 분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학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건축물 중에서도 주택을 좋아한다는 그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가장 기본 단위의 건축물이 주택"이라며 "좋은 집을 디자인하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팀 권수환 씨는 캐나다 건축가 프랭크 개리가 만든 건축물을 보고 첫눈에 반해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아파트 같은 획일적인 건물만 보다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개리의 작품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영남대 팀은 박중하 씨나 권씨처럼 모두 예술가적 기질을 갖고 있다.

박중하 씨 등 5학년 학생 3명은 모두 내년 2월에 학부를 졸업한다. 이들은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다. 바로 취직을 하면 아파트 같은 획일적인 건물 시공을 담당하는 기술자가 될 뿐 예술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중하 씨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행복해야 그 안에 사는 사람도 행복하다"며 "멋진 건축물을 지어 그 건물을 이용하는 모두가 행복해지게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