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ㆍ용인ㆍ대구 등 중대형 처리 못해 '골치'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2000년대 중후반 중대형이 대거 공급됐던 은평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서울 전체의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3.31 기준) 전국적으로 1만8천554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이 남아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은평구가 435가구로 전체 723가구의 60.1%를 차지했다.

특히, SH공사가 공급한 은평뉴타운 2~3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이 383가구로 전체 미분양을 견인했다.

반면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미분양 물량은 GS건설의 서초아트자이 단 10가구에 불과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은평구 내 준공 후 미분양의 대다수는 중대형"이라면서 "애초에 대형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인데 호황기 붐을 타고 너무 많은 중대형이 지어졌다"고 말했다.

경기권 미분양 2천885가구 중 1~3위를 차지한 용인(696가구), 평택(413가구), 고양(350가구) 등도 '중대형의 덫'에 걸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인 성복동에 성복자이 1~2차와 수지자이 2차 등 2천2가구를 공급한 GS건설은 미분양 374가구를 남겼고,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죽전2차 및 성복힐스테이트 2~3차 1천539가구 중 232가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대형건설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 5대광역시 중에서는 중대형 아파트뿐 아니라 수성구 등지의 고층 주상복합 물건이 적체된 대구의 미분양이 2천588가구로 가장 많았고 울산이 1천628가구, 부산 695가구, 대전 289가구, 광주 188가구 순이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면 건설사는 자금순환이 막혀 신규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이미 입주한 계약자과의 갈등이 불거져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건설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동성의 확보"라면서 "호황기를 기다리면서 버티는 것보다 과감한 할인으로 미분양을 처리해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