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중산동 영종초등학교 부근.수십 채의 조립식 주택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주택 벽에는 '임대문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방문객은 전혀 없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보상을 노리고 영종도 곳곳에 조립식 주택이 수두룩하게 지어졌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 이후 찾는 사람이 없어 '유령의 집'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땅값 20% 이상 떨어져

인천국제공항 배후 신도시인 하늘도시 등을 제외한 상당부분이 작년 말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영종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급매물이 쌓이고 땅값은 20% 이상 떨어졌지만 매수세를 찾기 어렵다. 개발 때 지급되는 보상금을 겨냥하고 외지인들이 사들였던 토지들이 하나둘씩 매물로 나오고 있다.

영종도 운서동 P공인 관계자는 "외지인이 전체 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추정하고 있다"며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일부 외지인들이 땅을 급매로 내놓으면서 땅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지인들이 주로 사들였던 도로 인근 농지는 3.3㎡당 100만~130만원 선이었던 땅값이 80만~1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임대보증금 절반 수준으로

'빈 집'이 넘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다. 전용면적 85㎡규모 조립식 주택의 임대보증금은 5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선이다. 작년 말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40만~50만원 선이었다.

보증금과 월세를 내려도 임차인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 경제자유구역 해제로 개발 잠재력이 떨어져 영종도 유입 인구가 별로 없는데다 보상을 노리고 '날림 공사'로 지은 탓에 주택 품질도 열악한 까닭이다.

운북동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이 담합을 하고 있어 임대료가 더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방음이 안되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주택들이 상당수여서 월세를 10만~20만원 더 내리더라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침체 장기화 우려

대다수 전문가들은 도로 교통 등 인프라 부족과 투기로 인한 난개발 등으로 영종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남은 하늘도시도 사업성 악화로 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하늘도시가 내년 9월 첫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아파트 신규 공급은 2009년 9월 6개 건설사 동시분양 이후 중단된 상태"라며 "건설사들이 매입한 52개 아파트 용지 중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6개사 7개 필지에 그칠 정도로 악화된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은 각종 건축 규제도 해제돼 장기적 관점에선 시장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급등한 땅값이 진정되고 급매물 소화 과정도 거쳐야 시장 회복세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종도=임근호/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