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미국이 아랍 세계의 든든한 동맹이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과 공개적 단절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대(對) 아랍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친 무바라크 정권 지지자들에 의한 폭력 사태를 규탄하면서 자국민 소개령을 내리고 무바라크의 즉각적인 사퇴 압박을 더해가고 있는데 대해 이집트측은 내부 상황을 자극하는 외국 세력의 개입을 거부한다고 맞받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미국과 이집트 사이의 공개적 균열은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 의제와 정책 계산이 얼마나 빠르고 극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NYT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중앙정보부 백악관 등은 중동 지역의 사건들과 관련해 이 지역 전체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예를 들어 무바라크의 후계자가 중동 평화 과정에 대한 지지를 그대로 따를 것인지,이 지역의 권력 이동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다.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워싱턴 전역의 많은 건물에서 총체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이집트와 예멘의 대중 봉기와 튀니지의 정권 이양 등과 관련해 미국 대테러 관리들은 이들 국가의 급진 세력들이 새로운 근거지를 찾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바라크와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실권이 대테러 전략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표명할 정도로 중동평화 과정에서 현 이집트 정부가 취해온 노선이 변경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전략연구소의 주안 자라트 연구원은 “만일 거리 시위가 평화적이고 다원적인 권력으로의 이양으로 이어진다면 알카에다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알카에다는 그동안 권위주의적 친미 정권을 무장 성전을 통해 뒤엎어야 한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소요 사태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평가하려면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부르스 호프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레바논의 2005년 시다(백향목) 혁명이 당시 친 시리아 정부의 퇴진과 시리아군의 레바논 철수로 이어졌다”면서도 “6년이 흐른 지금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실상 레바논의 정부가 된 것을 감안할 때 혁명이나 봉기가 어떤 영향을 줄지 성급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이집트에 대해 ‘질서 있는 이양’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한 이집트 고위 관리는 “현 상태에서 무바라크의 최고 책임은 질서있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며 “만일 당장 권력의 공백이 생긴다면 이를 실현 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