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 주택 경기가 크게 나아질 조짐이 없고,경쟁 심화로 해외플랜트 수주마저 어려울 전망입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대형 건설사 기획담당 임원)

건설사들이 새해 사업계획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건설업계는 △해외시장 다변화 △플랜트 · 친환경에너지 분야 진출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만 정하고 조직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탈출구는 해외플랜트 · 친환경 사업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국내 대형 건설사는 주택 · 건축부문을 대폭 줄이고 해외건설,플랜트,원자력,친환경 분야 등에 집중하는 내용으로 내년 사업전략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플랜트 원자력 전력 등을 50%로 높이는 대신 공공건설시장 축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비해 토목 · 주택 · 건축분야를 소폭 낮췄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건설경기 불황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수주 기록을 세웠다"며 "내년에도 중동 · 동남아권 영업거점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해외 비중을 높여 잡았다"고 설명했다. 주택은 올해 분양을 미룬 물량을 포함해 8000채 정도 공급할 예정이다.

GS건설도 주요 사업 거점인 중동을 토대로 북남미 지역에 영업력을 집중시켜 시장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 · 환경 플랜트 사업을 정하고 인재 확충 및 기존 인력 재배치 등을 연초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경영 전략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큰 방향은 경쟁사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공건설부문 수주 목표를 줄이고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우건설 대림산업도 해외 사업 강화,토목건축 부문 해외영업 지원조직 확대 개편 등을 통해 일거리를 찾을 방침이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주택시장 회복세를 장담하기 힘들어 건설사 대부분은 국내 수주액을 줄이고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경영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 극복 위한 새판짜기 착수

건설사들은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면서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조직을 개편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개발사업본부 신설이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산업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금융과 개발사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역량을 모으기 위해 기존 102개 팀도 88개로 줄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순시공 위주의 기존 사업을 최소화하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해외 프로젝트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건설사다. 인수 · 합병(M&A)을 둘러싼 논란으로 전체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향후 인수기업과의 시너지 창출 기반을 마련하면서 신성장 동력사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국내 건설사 중 해외수주 첫 100억달러 돌파라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나머지 10대 건설사들도 해외시장 진출 강화를 염두에 둔 조직 개편에 주력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해외 시장을 빼고는 내년 건설시장에 호재가 없는 데다 건설사들이 확실한 위기극복 대책을 찾기가 어려워 경영전략이 비슷한 '판박이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