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둘러싸고 현대그룹이 제기한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리가 24일 오후 열린다.

지난 22일 1차 심리에서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MOU 해지 및 주식매매계약(본계약) 부결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대출 받은 1조2000억원이 브리지론(단기대출)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브리지론을 받으면 나중에 본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고 이때 대체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때 감점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건설 매각 중대 고비

현대그룹 대리인은 1차 심리에서 주식매매계약 동의안 부결의 부당성과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을 넘기기 위한 외부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 대금 등 계약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본계약 체결 안건을 상정했다가 부결시킨 것은 애초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2차 심리에서 전체 주주협의회에 본계약 체결 안건을 상정한 것은 정당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가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모두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었음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채권단의 입장을 듣고 2차 심리때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지, 시간을 더 두고 판단할지 등을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현대그룹이 1차 심리때 가처분 취지를 'MOU 해지 금지'에서 'MOU 효력 유지'로 바꿨기 때문에 채권단이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 결정은 다음주께 내려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권단도 즉시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며 "그것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본안소송에서 이 사안을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브리지론 논란

현대그룹이 1차 심리 직후 나티시스은행 대출금을 브리지론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브리지론은 구체적 상환 계획이 세워지기 전까지 인출 제한이 있는 게 일반적이며 그럴 경우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심사 때 감점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브리지론이란 인수 · 합병(M&A)을 진행할 때 일시적 자금난에 빠질 경우 임시방편으로 받는 대출이며 채무자는 몇개월 내에 투자자들을 모아 자금을 조달해 이 돈을 갚아야 한다.

M&A업계 관계자는 "브리지론은 향후 본대출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으며,본대출에는 담보와 보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본대출이 전제돼 있다는 건 인출제한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채권단이 현대그룹 측에 '현재 혹은 미래에 담보나 보증이 없는지' 등을 물었으나 현대그룹은 '현재 담보나 보증이 없다'는 점만 밝히고 미래에 대한 것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성명을 내고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 조속히 매각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훈/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