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9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 분양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실수요자들도 집값 전망을 불확실하게 보고 청약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 독산동 한양수자인 아파트 39채에 대한 청약에는 7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분양가는 3.3㎡당 1474만~1735만원으로 서울 지역에선 낮은 편이었고 최근 인기를 끄는 소형(전용 67~68㎡)으로만 구성됐는데도 미달됐다.

지난 8,9일 서희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율전동에서 임대 투자자들을 겨냥, 전용 59㎡의 서희스타힐스3차 38채를 공급했지만 접수자는 2명에 불과했다. 분양가는 3.3㎡당 1325만원 안팎이었다.

분양시장 침체는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난 13~15일 경북 상주에서 청약을 받은 상주다인 드림뷰는 49채 모집에 2순위 1명,3순위 6명 등 7명만 접수했다. 전용 75~112㎡로 분양가는 3.3㎡당 691만원에서 710만원으로 비싼 편이 아니었다.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전용 84㎡ 초록지붕 268채 분양에도 58명이 신청하는 데 머물렀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분양 시장 상황이 좋다지만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 얘기"라며 "지방 분양계획을 다시 검토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재당첨 제한이 없는 무순위자들의 계약도 늘지 않고 있다. 동아건설이 호재가 많은 서울 용산에서 선보인 용산더프라임은 지난 16일까지 청약 접수분 계약 결과가 70% 정도로 나타났다. 평균 경쟁률 0.66 대 1에 비춰 무순위 계약이 많지 않은 셈이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드림허브가 16일 용산에 최고 500m 높이 랜드마크 빌딩 3개동과 코엑스몰보다 6배 넓은 지하상가를 짓기로 발표한 덕분에 계약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8 · 29 대책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SK건설이 지난 6월 수원시 정자동에서 분양한 3498채 규모의 대단지 '수원SK스카이뷰'도 대책 이후 계약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청약 일정을 마친 이후 무순위자 계약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책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다"며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이 추가 계약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시 폐지하고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지원 등 시장 예상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왔지만 미분양이 많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빚을 더 내 신규 주택을 사려고 하지는 않고 있다"며 "추석 이후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