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 월드건설 사옥인 '월드메르디앙' 빌딩이 결국 채권은행단으로 넘어갔다. 워크아웃 중인 월드건설이 지난 4월 말 사옥 등 주요 자산을 3개월 내 처분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이를 매각키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7일 월드건설과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은 조만간 역삼동 월드메르디앙 빌딩 매각 공고를 내고 공개매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개매각은 삼일회계법인과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가 참여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빌딩의 시세를 700억원 내외로 보고 있다.

월드건설은 최근까지 부산지역 A건설사와 사옥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매각에 실패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가격이 서로 맞지 않았고 빌딩이 팔리더라도 채권 회수가 어려운 2순위 담보권자들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월드건설이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494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월드건설은 인력 15% 추가 감축 및 임금 삭감과 함께 3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3개월 내에 팔지 못하면 매각 권한을 넘긴다는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했었다.

한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우림건설과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도 각각 서울 서초동 사옥과 역삼동 사옥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은 빌딩 등 시장이 관심을 가지는 자산부터 먼저 팔아야 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알짜 부동산 매각을 외면한 채 남들도 관심 없는 물건을 먼저 팔려고 하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