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전화가 늘긴 했지만 대부분 집주인들입니다. 시장이 어떨지,매물을 거둬들여야 할지 등을 묻네요.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는데 급매물 외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목동8단지 세종공인 관계자)

실수요자들의 주택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8 · 29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주택 시장은 덤덤한 모습이다. 거래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당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간혹 나오던 급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매수세도 잠잠하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8·29 부동산대책 이후] 탐색전 돌입한 시장…일단 급매물은 사라져

◆매도 · 매수자 팽팽한 신경전

시세 하락은 멈췄지만 거래는 더 어려워졌다. '급매물만 골라 잡겠다'는 실수요자들과 '정부 대책 발표로 가격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주택보유자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지하철 5호선이 가까워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목동8단지 66㎡(20평형)와 89㎡(27평형)의 경우 단지마다 보름에 1개 꼴로 나오던 급매물은 이날 사라졌다. 분당신도시 구미동에서는 중소형 급매물이 소진되자 매수전화도 뚝 끊어졌다.

구미동 현대공인의 이상일 대표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기대심리가 높아져 거래가 더 힘들어졌다"며 "매수자는 청구아파트 85㎡(25평형)를 급매 가격인 4억4000만~4억5000만원을 고집하고 매도자는 4억80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팔 수 있다고 버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썰렁한 용인 · 파주 '입주폭탄'지역

입주가 집중되고 있는 용인 · 파주 · 고양 등지는 여전히 썰렁하다. 내년 3월까지 실수요자들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폐지, 입주 예정 아파트에 대한 대출 여력이 다소 커졌지만 연말까지 추가 입주하는 아파트가 수도권에서만 1만2000여채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급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대출 여력 확대라는 호재를 짓누르고 있다.

입주 단지의 70% 이상이 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그동안 가격 하락폭이 컸던 용인의 일부 단지에서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세로 호가가 올랐지만 매수세가 따라주지 않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 발표를 앞두고 성복자이 100~110㎡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5000만~6000만원에서 3000만~4000만원으로 낮아졌다"며 "실수요가 붙지 않으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승 동력 약해 매수 우위 여전"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하기 때문에 매수자 우위 시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정부 대책발표 이후 단기적 매수세와 매도세가 탐색전을 벌이고 있지만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조만간 급매물이 다시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돈줄이 넓어진 매수자는 느긋한 데 반해 매도자는 넘치는 매물 속에 자신의 물건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상당히 불리하다"며 "한 달 사이에 실수요 거래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거래활성화대책의 효과는 상당 부분 반감되고 급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