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9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용인 고양 파주 등 입주대란 지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의 대출 여력이 일정 부분 올라가면서 잔금 납부 등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입주 포기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대책이 입주대란 사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입주 예정자 자금 부담 줄어들 듯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4만1241채에 이른다. 12만~13만채 수준이던 최근 2~3년간의 입주 물량을 웃도는 것으로,6만~7만채로 추산되는 내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내년 3월 말까지 완화한 것도 입주 물량 집중 시기에 대출을 늘려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은 고양시(1만3565채) 김포시(4829채) 수원시(4988채) 용인시(1만4147채) 파주시(9244채) 등이다.

DTI 규제가 완화되면 잔금 등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미룬 계약자들의 숨통을 다소 터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DTI 규제가 풀리는 내년 3월까지 종전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어서다. 예컨대 연소득 3000만원인 세대가 서울 비투기지역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대출 한도가 종전 1억7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8000만원(47%)가량 늘어나게 된다. 신규 분양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방안이나 취득 · 등록세 감면 연장 조치도 입주 지연을 해소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DTI 규제 완화나 세제 감면 조치 연장 등으로 대출 여력이 증가하고 자금 부담이 다소 줄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일부 움직일 것"이라며 "입주 예정 단지 등을 중심으로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한 급매물도 소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난 근본 해소 어려워

DTI 규제가 풀리지만 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존재하는 만큼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의 경우 LTV 한도 비율이 50%로 묶여 있어 집값의 절반 이상은 대출받을 수 없다. 고양시의 한 입주 예정 아파트 단지의 건설사 관계자는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LTV 한도 비율을 고려하면 실제 늘어나는 대출 한도는 종전에 비해 10~15%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쏟아진 물량이어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다는 점도 입주대란을 해소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 집값이 오른다는 심리가 확산되지 않으면 입주대란 해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