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DTI, 보금자리 사전예약 손질에 초점

정부가 내놓은 8.29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은 전 부처에서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당초 지난달 21일 예정이던 대책 발표를 한달 이상 연기하면서 금융, 세제, 공급 등 전 분야에서 대책이 망라됐다는 평가다.

실수요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는 물론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까지 조절키로 하면서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규제 완화의 폭도 커졌다.

지난 2006년 중단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자금지원이 재개되고,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기준도 완화된다.

그동안 거래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가 이처럼 시장 우호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상보다 확대된 DTI 완화 =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DTI 완화의 폭을 어느 수준까지 조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했던 DTI를 손댈 경우 현재 안정돼 있는 주택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투기수요가 유입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극도로 꺼려왔다.

당초 지난달 21일 관계장관 회의 이후 대책을 발표하려 했다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표를 연기한 것도 DTI 완화의 범위와 효과에 대해 부처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후 한달 여간 아파트 입주 실태와 대출 애로사항 등을 점검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죽어 있는 거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DTI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DTI 완화 폭은 예상보다 커졌다.

당초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는 4.23대책을 보완해 신규주택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사는 사람의 조건을 완화해주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일반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 그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기존주택 구입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4.23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는 거래 활성화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수요자로 분류되는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로 DTI 완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부처간 합의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를 내년 3월 말까지로 한정한 것은 가을 이사철과 함께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 여파로 올해 하반기~연말 주택시장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예외적, 한시적으로 DTI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수급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에는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우선 내년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1분기 말까지로 시기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내년 3월 말까지 주택기금에서 가구당 2억원 범위내 구입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세, 종부세 등 세제를 완화해주고 임대호수 및 기간 등의 요건을 완화해준 것도 주택구입 잠재 고객을 거래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방침을 2년간 완화하기로 한 것은 연말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급락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양도세와 달리 취.등록세는 지방 세수의 31%를 차지하고,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감면 연장 기간이 당초 거론되던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감면 대상주택 등 세부 내용도 행정안전부가 9월 이후 확정한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도 손질 =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하고,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한 것은 건설업계의 요구도 있었지만 '공급 과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된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4대강과 함께 MB정부의 최대 정책사업으로 꼽히는 보금자리주택만큼은 절대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세의 50~70%의 싼 값에 공급해 인기를 끌던 보금자리주택은 지난 4월 2차 사전예약 이후부터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분양 예정가가 주변 시세의 80~90%를 웃돌자 남양주 진건,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등 경기권 3개 지구에선 사전예약 물량의 20%가 넘는 1천333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부터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건설업계는 보금자리주택의 대기수요로 인해 민간 주택시장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며 보금자리주택의 물량 축소 및 시기 조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결국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부터 사전예약 물량을 80%에서 50% 이하로 낮추고, 올 10월께 발표 예정인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는 3차 광명 시흥의 이월물량 등을 감안해 지구수를 2~3개로 축소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는 사전예약 외에 본청약도 시작돼 1년에 사전예약 2회, 본청약 2회 등 넉달 가까이 청약이 진행될 경우 민간주택 시장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사전예약 횟수가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2012년까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당초 정책목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매년 8만가구에 대한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 및 사업승인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4.23 대책도 보완 = 지난 4월에 발표했다가 효과 없는 대책으로 평가받았던 '4.23대책'도 이번에 대폭 보완됐다.

정부는 지난 4.23 대책에서 신규주택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에 한해 DTI를 완화해주기로 했으나 실제로 대출이 성사된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신규주택 입주예정자는 '입주 잔금을 연체중이어야 하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제외되며, 구입자의 부부소득은 연 4천만원으로 제한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이번 8.29 대책에서 입주 예정자와 기존주택 구입자의 자격을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주택 매입조건을 완화하고 리츠.펀드 매입 대상을 확대한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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