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에 위기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국에 걸쳐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주택 건설업체들은 신축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주택 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제 지원 종료 여파가 예상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단독주택 착공은 45만4000건(연율)으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주택 시장 거품이 붕괴되기 전인 2006년엔 착공 건수가 147만건에 달했다. 미국의 주택매매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존주택 거래실적도 두달 연속 크게 하락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6월 중 신축주택을 제외한 기존주택의 거래실적이 537만채(연율환산 기준)로 전달보다 5.1%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망은 더 안 좋다. 착공 허가 건수는 3개월 연속 급감했다. 부동산리서치회사인 젤먼&어소시에이츠의 아이비 젤먼 사장은 "착공 허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팔리지 않는 주택 재고도 늘어나고 있다. 존 번스 부동산컨설팅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샌디에이고의 주택 재고는 1년 전보다 33%나 늘었다.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도 각각 19%와 15% 증가했다.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프레디맥과 모기지은행가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평균 연 4.57%로,1971년 자료 수집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기지 수요는 지난 2개월간 44%나 급감하면서 14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고용 부진과 글로벌 경기회복세 지연,주가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