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용인 성복 새 아파트 '텅텅'…중대형 1억 빠져
"이렇게 큰 단지에 하루 한 세대 정도만 이삿짐이 들어옵니다. 입주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주문이 한 건도 없네요. "

이달 초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용인시 성복지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판촉대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커튼업체 사장 K씨는 입주자가 너무 적다며 이렇게 말했다. 베란다 확장 공사를 따러 나왔다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도 "좌판을 접고 사무실로 철수할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하루 한 세대꼴로 입주


8일 찾은 용인 성복지구 LG빌리지촌 옆 성복자이1차(719채)와 힐스테이트2 · 3차(1512채) 단지에선 입주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근 G공인 대표는 "성복자이는 지난 2일,힐스테이트는 지난 5일 각각 입주를 시작했다"며 "입주 초기이기는 하지만 이삿짐 차들이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데 보다시피 한 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입주 예정자들은 용인 집값이 고점일 때 투자용으로 사거나 큰집 이사를 위해 대출을 받아 매입했는데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성복자이는 전용면적 84㎡(34평형) 74채를 빼놓고는 모두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힐스테이트도 114채만 95㎡(36평형)일 뿐 나머지는 모두 120㎡ 이상이다.

이달 2일 입주를 시작한 용인 동천래미안(2392채)도 상황은 비슷하다. R공인 대표는 "아직 100채도 채 입주하지 못했는데 대부분 80㎡ 안팎(30평형)"이라며 "중대형은 대출 등의 문제로 입주가 더디다"고 말했다.

이달 15일부터 삼부르네상스(1290채)를 시작으로 동문굿모닝힐(624채),벽산우남연리지(958채),남양휴튼(690채) 등이 입주하는 파주에서도 이사 문의는 없고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매물만 쌓이고 있다. 교하읍 S공인 대표는 "공식 입주기간이 지난 4월 끝난 두산위브도 40% 정도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는데 대부분 중소형만 입주했다"고 귀띔했다.

◆용인 성복 219㎡ 전셋값 1억9000만원


입주가 늦어지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들이 매물화되면서 신규입주 아파트는 물론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 재개발 조합원들의 견학 코스로 이용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는 동천래미안 130㎡ 안팎(50~60평형)도 분양가보다 최고 5000만원 정도 낮아졌다. 성복동 힐스테이트나 자이도 대형 평형의 경우 올초 1억원 낮아진 분양가보다 1억원 더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없다.

곧 입주할 예정인 파주 삼부르네상스의 120㎡ 이상 중대형은 분양가보다 많게는 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여름 비수기에 추가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셋값도 큰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용인 성복동 219㎡ (82평형) 기존 아파트의 전셋값은 신규아파트 매물에 밀려 최근 1억9000만원에 계약서가 작성됐다. 바로 옆 80㎡ 안팎(30평형) 새 아파트 전셋값 1억6000만~1억7000만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S공인 대표는 "중대형 아파트 입주폭탄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이 가격에도 관리비 등의 이유로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김재후/파주=이승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