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다운사이징(downsizing:축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주택자는 집 크기를 줄이고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추세다. 무주택자들은 전셋집에 계속 눌러앉고 있다. 투자자들의 수요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나 30㎡ 이하 원룸 오피스텔에만 몰린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중대형 아파트를 매입하던 '업사이징(upsizing:확대)' 시대가 가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은 것에 실속 투자하는 다운사이징 시대에 접어들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령사회 진입과 이혼 · 만혼 증가 등으로 소형 주택 수요가 크게 늘고 집값 하락 우려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서 '주택 다운사이징'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 198㎡짜리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68)는 100㎡대로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다. 그는 "직장에서 은퇴한 뒤 관리비 부담이 커져 작은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은 "집 크기를 줄이고 싶다는 상담 의뢰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용 140㎡(옛 50평)를 넘는 대형 아파트에 돈을 묻어두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강남 부유층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행되는 것도 다운사이징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전용 149㎡와 잠실 포스코 더?t 84㎡(주상복합아파트),서대문구 연희동 4층짜리 상가주택 등 3채를 보유한 이모씨(71)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얼마 전 연희동 상가주택만 남겨 놓고 모두 처분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차익은커녕 팔기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과 고양,파주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수천만원을 손해보더라도 괜찮으니 분양권을 팔아 달라는 입주 예정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1~2명이 사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소형 주택 임대 사업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용 25㎡ 원룸을 1채당 1억4900만원에 분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아데나534'는 평균 3.4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동작 · 동대문 · 강북구 등에서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당 평균 가격이 85㎡ 초과 중대형보다 비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장기 침체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 기반이 취약해져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