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양평동,마포구 망원 · 합정동 등 재개발기본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노후 불량주택을 중심으로 '지분 쪼개기'가 늘고 있다. 향후 재개발 사업 추진 때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것이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서울시 도시 ·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기본계획 미수립 지역 내에선 지분 쪼개기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양평동 4가 및 6가 일대,마포구 망원 · 합정동 일대에서 최근 들어 지분 쪼개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강변을 초고층으로 개발하는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에 따라 중장기 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유도정비구역'이다.

그러나 재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를 차단하기 힘들다. 재개발 컨설팅 업체인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대표는 "개발 보증수표 지역으로 통하는 만큼 다른 지역에 앞서 지분 쪼개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영등포구에 접수된 양평동 지역 다세대주택 건축허가 신청 건수 40여건 중 30여건이 최근 한 달 이내에 접수됐다. 영등포구 건축과 관계자는 "지분 쪼개기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발업자 등이 건축허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마포구 다세대주택 건축허가 신청 건수도 30여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건축허가를 받은 다세대주택의 설계를 소형 평형으로 잘게 나눠 주택 수를 늘리는 수법도 등장했다. 60㎡ 짜리 10채를 지으려던 당초 허가를 변경해 40㎡짜리 14채로 늘리는 방식이다. 새 조례가 시행되면 재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신축주택 면적이 작아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돼 설계변경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 쪼개기가 다시 확산되면서 재개발사업 메리트도 크게 떨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 사업성이 떨어지면 재개발 추진 동력이 그만큼 약화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노후도가 충족되는 지역만 재개발을 허용키로 해 사업 여건도 훨씬 까다로워진 상태다.

상당수 재개발 후보지역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휴먼타운'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휴먼타운은 공공예산으로 도로 주차장 방범 · 보안시설 등을 설치해 저층 단독주택지를 보전하는 정비사업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