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뿐 아니라 토지와 상가시장도 침체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투자에 나설 때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지역 땅값이 최근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판교에서 최근 분양한 근린상가들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초기 3개월 분양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금자리주택 인근 땅값 오른다지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땅값은 한 달 전보다 0.21% 올랐다. 거래도 같은 기간 3.2%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기도 하남시의 지난달 땅값은 2월보다 0.70%나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흥시도 0.51% 올랐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땅값이 올랐기 때문으로 국토부는 해석했다. 하남시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하남미사지구와 3차지구가 된 하남 감일지구 등이 있고,시흥시도 2차지구인 시흥 은계가 있다.

하지만 토지시장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인근에 기대감이 반영되며 집값이 꿈틀거리는 것은 맞지만,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익 대림투자개발컨설팅 사장은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부지로 수용되는 땅 외에는 계속 그린벨트로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주변을 다시 풀어줄 경우 정부도 부담이기 때문에 쉽게 풀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대감에 땅을 매입하면 나중에 매각이 어려워 30~40년간 묶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발 기대감은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투자하고 싶다면 나대지나 농지보다,주 시설이 들어서 있는 취락지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작년 1월부터 실제 지역에 거주하지않고 있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도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 혜택이 올 연말 끝난다. 따라서 이 법안이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양도차익에 대해 6%(양도차익 1000만원 이하)~33%(양도차익 8000만원 초과)의 세금을 내던 것에서 60%로 중과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해당자들이 보유한 토지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땅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토지 투자의 경우 현찰을 최소 3억원(3년 이하 단기투자)에서 10억원(15년 이상 장기투자)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단기 투자의 시기로는 적절치 않고,장기 투자의 경우 전북 군산이나 김제 등 새만금 인근을 눈여겨보라는 분석도 있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새만금이 개발되면 유동인구가 지금보다 3배가량 늘 것"이라며 "숙박시설 음식점 등이 들어설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땅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고,대부분 그린벨트가 많아 투자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가는 투자 시기 미뤄야

주택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상가 시장에 돈이 몰리는 듯했으나 역시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올해 최대 상가투자지역으로 관심을 끌었던 42곳 5000여개 점포 규모의 판교 근린상가도 석달 동안 분양을 했지만,실계약률이 50%를 넘는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평균 분양률로 따지면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 지역 A 상가 분양팀 관계자는 "국내 최고 신도시에 입지도 좋은 편인데 결과가 이럴 줄은 물랐다"이라며 "투자자들이 상담만 받을 뿐 계약을 하지않아 답답하다"고 할 정도다. 여러개의 상가를 단일 브랜드로 묶은 대형 상가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광교도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면서 상가 시장은 썰렁하다.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22일 광교 신도시 근린생활시설 용지 6블록 내 18개 필지를 재분양했으나 세 필지만 낙찰됐다. 입찰 유입 금액도 91억원에 그쳐 총 예정가격(712억1065만원)의 13%에 그쳤다.

이처럼 유망 지역에도 돈이 몰리지 않은 것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탓도 있지만,고분양가에 아직은 상권 형성이 안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 두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상가투자 시기를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보라는 지적이 많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판교 아파트 입주가 거의 마무리됐다지만 당장 분당 · 강남을 능가하는 상권이 형성되기는 어렵다"며 "분당 등 인근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되기까지 기다리고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분양가도 미분양 상황이 지속되면 어느 정도 낮아지거나 무이자 등 혜택이 많아질 수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웬만한 판교 상가의 1층 점포 분양가는 현재 5억원 이상(분양면적 45~100㎡)이고 2층도 최소 2억원 이상"이라며 "이 돈을 준공 전까지 1년 이상 묻어두기에는 투자자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대형 상가에 투자하기보다 정부의 준주택 활성화 방안 등이 나온 것을 고려해 수도권 오피스텔 밀집 지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소형 상가 등에 관심을 두라는 지적이다. 고양이나 인천 소래논현지구 등의 일부 소형 상가의 경우 1억원 미만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