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서 꼭 이렇게 해야 합니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롯데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인접한 힐스테이트 단지 내 보행로 통과를 제지당하자 막는 경비원에게 항의했다. 롯데아파트(339세대) 주민들은 바로 옆에 붙은 힐스테이트의 철문을 통과하려면 성명,방문이유,전화번호 등을 적어야 한다. A씨는 "신원 확인을 받을 땐 마치 내가 현행범이 된 것 같아 차라리 우회해서 간다"고 말했다.

2008년 입주한 힐스테이트는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인 데다 지하철역과 강남구청,삼릉초교 · 언주중학교 등이 가까워 강남에서도 알짜 아파트에 속한다. 그런데 올 들어 바로 옆 롯데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이웃 주민들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

작년만 해도 힐스테이트 단지 내 보행로는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돼 통행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철문이 설치된 뒤 공식적으로 길이 막혔다. 인근 주민들은 단지를 가로질러 갈 경우 학교,관공서,버스정류장 등을 10분이면 가지만 우회하면 30분이나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통행인원은 하루 평균 800여명.

힐스테이트 측은 그동안 외부인 출입으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철문을 설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통행 제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힐스테이트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1년간 아파트를 개방해보니 기물파손,쓰레기 불법투기는 물론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참다못해 취한 조치"라며 "단지 내 통행로는 엄연히 사유지인데 외부인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남의 집 마당에 무단 침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도 단지 내 통행을 막은 한 아파트 측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힐스테이트 측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에 관할구청인 강남구도 난감해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재 힐스테이트가 설치한 철문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아 엄격히 말하자면 불법 구조물"이라며 "허가를 내주는 대신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개방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힐스테이트 측이 거부해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잘 다니던 길이 갑자기 통제되다보니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며 "법적으로는 힐스테이트가 옳다 해도 담장을 없애고 공원처럼 개방하는 최근 추세와는 역행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김기정 인턴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