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시장에서도 '승자의 프리미엄'이란 말이 유난히 회자됐던 한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오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블루칩'들은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정보기술)업체와 자동차 철강 등 대표 블루칩들의 선전은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다시 쓸어담는 이유가 됐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2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가파른 증시 회복을 이끌었다. 지난 9월엔 우리 증시가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성격도 장기 안정적인 성향으로 탈바꿈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올 2분기엔 원 · 달러 환율이 높아진 데 따른 환율효과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됐고,이들의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 등에 힘입어 꾸준한 이익 창출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올 한해 국내 주식과 부동산의 자산가치는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반등 물결을 일으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 2월 이후 10개월째 연 2%에서 동결된 것도 이 같은 회복을 뒷받침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증시에선 풍력 태양광 자전거 등 녹색성장 테마주가 각광을 받았고,부동산시장에선 서울과 수도권의 노른자위 땅인 그린벨트를 풀어 싼값에 분양하는 '보금자리 주택'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신흥)'시장이 돋보이는 경기회복세를 보였던 점도 주목된다. 아직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아시아 신흥시장의 선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새해에도 꾸준한 자산가치의 상승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