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거래가격지수를 처음 발표하면서 석 달 전인 9월 계약분을 통계로 쓴다니 너무 시차가 큰 거 아닙니까?"

정부가 23일 첫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취지와 달리 실효성 없는 '뒷북 통계'로 전락할 우려가 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계약 후 60일 이내'로 돼 있는 실거래가 신고의무 기간을 줄여야만 국민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나 실거래가격지수와 같은 가격동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실거래가 신고 기간을 계약 후 '즉시 신고제'로 바꿔달라고 국토해양부에 건의한 상태다.



◆시차 왜 생기나

정부가 선보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달 거래자료(계약분)가 아니라 석 달 전인 9월 계약분을 분석한 자료다. 실거래가 지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계약이 이뤄진 달(계약월)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하면서 불가피하게 석 달의 시차가 생겼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27조)은 실거래가 신고의무 기간을 '계약 후 60일 이내'로 규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래가는 통상 계약월에 35%,2개월째 45%,3개월째 20%의 비율로 신고된다. 계약월 기준으로 모든 거래신고 자료가 취합되는 석 달 후에나 정확한 지수산정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후 석 달이 지난 뒤에 지수가 발표되면 '통계를 위한 통계'로 그칠 우려가 크다. 12월 현재 대부분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집값이 올랐던 지난 9월 통계를 기초로 만들어진 지수가 이날 발표돼 착시현상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거래 관련 통계가 주택 수요자들의 시장 진단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려면 실거래 지수 발표시점과 거래시점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도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 첫해인 2006년에는 신고기간을 30일로 정했었다. 하지만 신고의무기간이 촉박해 과태료를 무는 신고의무자(매수 · 매도자 또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2007년 6월 신고기간을 60일로 늘렸다. 신고의무 기한을 어기면 아파트값과 지연기간에 따라 1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지수발표를 앞당기기 위해 실거래 신고의무기간을 30일로 줄일 수도 있지만 거래당사자나 공인중개사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어 고민"이라며 "계약월과 다음 달 신고분으로 추정한 '잠정 지수'를 산정하지만 정부 공식통계가 아니어서 공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즉시 신고제'요구

반면 서울시는 적시에 필요한 부동산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기간을 '즉시 신고제'로 바꿔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한 상태다. 남대현 서울시 토지관리과장은 "부동산 실거래가 즉시 신고제가 정착될 경우 시장 참여자에게 가격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미 인터넷으로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행정지도 등을 통해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즉시 온라인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 보니 효과가 미미하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계약 즉시 신고했다가 나중에 계약이 파기되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이 경우 수정 신고를 하면 되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황식/이호기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