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지 않는다'는 과감한 광고카피를 내세우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들어서는 두산건설의 '일산 위브더제니스'.'탈(脫)일산'을 내걸었지만 분양의 승패는 지역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기 서북권에 처음으로 공급되는 프리미엄급 주상복합아파트로 관심을 모았지만 지난 9일부터 3일간 청약 1~3순위를 대상으로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전체 2693채 중 3분의 2에 가까운 1736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10개 주택형 중 전용면적 60㎡형만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미달됐다.

지난달 이후 일산 및 원당 등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공급된 아파트 단지의 청약 성적을 들여다보면 삼송지구의 '호반 베르디움'을 제외하곤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달 말 덕양구 성사동에서 재건축을 통해 공급한 '고양 래미안휴레스트'의 일반분양분 214채에 대한 청약에서 102채가 미달됐다. 뒤이어 비슷한 지역에서 분양한 '고양원당 e편한세상' 역시 310채 공급에 148채에 청약자가 나서지 않았다. 148채가 공급된 전용면적 141㎡형에는 아무도 청약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일산 중산동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현대성우 오스타'(124채)도 최종 청약건수가 1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고양 삼송지구 221블록과 22블록에서 공급된 '호반 베르디움'이 지난 11일 미달없는 청약실적을 보여,고양지역 분양 연패의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삼송지구에서도 중심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입지였음에도,전체 7개 주택형 중 4개 주택형이 3순위에서 가까스로 청약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 경쟁권역인 남양주시 별내지구와 인천 청라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이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는 것과 대조된다.

고양지역의 신규 분양단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은 우선 주택 수급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원흥지구와 삼송지구 등의 개발로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은평뉴타운,가재울뉴타운 등 서울 서북부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단지가 많다"며 "인근 권역으로 볼 수 있는 파주신도시는 물론 한강 건너 김포신도시에서도 대거 분양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입주물량만 살펴보더라도 고양시에는 1만3565채가 입주해 수도권에서 용인(1만3870채) 다음으로 공급이 많다. 주변보다 비싼 분양가도 한 요인이다. 위브더제니스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1600만원 선이지만 서울 도심 접근성에서 더 유리한 은평뉴타운은 대형 아파트라도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고양시에서 재건축을 통해 공급된 래미안휴레스트와 원당 e편한세상도 조합의 요구로 주변보다 3.3㎡당 100만원 이상 비싸게 분양가가 책정됐다.


고양에서 서울과 가장 가까운 삼송지구도 분양권 전매금지 기간이 길어 분양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전매금지기간이 대부분 5년인데 반해 삼송지구는 7년이다. 지구면적의 5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완화해 공급되는 택지지구이다보니 보금자리주택 공급 관련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함께 강화된 결과다.

이미영 팀장은 "좋은 입지에서 예정된 공급물량이 많다보니 고양지역 주택 수요자들이 섣불리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유망 지역에 먼저 청약을 한 뒤 당첨이 안될 경우 양도세 감면혜택이 없어지는 내년 2월11일 이전에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