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직장인 정씨는 한결 가뿐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집 현관의 에어샤워(바이러스 침입 차단용)와 파우더 미스트(습도 자동조절장치)로 전날 밤 감기기운이 달아나버렸다. 화장실 세면대 발판에 올라서자 몸무게와 체지방이 LED(발광 다이오드) 계기판에 뜨고 변기는 소변의 당 수치를 바로 알려준다. 하루 월차를 낸 아내를 깨우기 미안해 간단히 토스트와 샐러드로 아침을 준비한다. 토스트기는 아파트 옥상 태양광 전력에서 생산된 전기로 돌아가고 샐러드거리는 발코니 쪽에서 수경재배한 야채를 쓴다. 옥상텃밭은 기본이다. 싱크대 높이도 남성용으로 자동조절된다. 남성용 파우더룸에서 영양크림을 바르면서 '가평의 북한강변에 설치해 놓은 수상가옥을 남한강변으로 옮겨볼까'란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 10년간 주거문화의 변화를 상상해본 모습이다. 실마리는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이 8일 발표한 '2010년대 주거공간 7대 트렌드'에서 얻었다.

이 회사는 새로운 3가지 트렌드로 △케어센터(Care Center · 집이 나를 돌본다) △맨 인 하우징(Man In Housing · 남자가 둥지를 가꾼다) △아파트 가드닝(Gardening · 그린을 심고 그린을 소비한다)을 잡았다. 케어센터인 집 내부에는 살균 옷장,적외선 체온 감지기,산소캡슐 등이 들어서게 되고 세대 내 첨단 광원(光源)을 이용한 수경재배,아파트 공용 공간에 가드닝 농장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초식남 등으로 표현되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남성들의 등장으로 주택설계와 인테리어도 남성을 배려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점쳤다.

나머지 4가지는 기존 트렌드 가운데 업그레이드된 것들이다. △슬림 · 축소화(Slimmer & Smaller · 방수는 줄이고 다목적으로) △주거공간 노마드족 출현(Multi-Habitation · 내가 있는 곳이 곧 집) △오더메이드(Order-Made · 라이프 스타일대로 집도 맞춤 제작) △뉴커뮤니티(이웃이 새로운 가족) 등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소득 증가로 수상가옥,유명 관광지 내 세컨드 하우스,이동식 캠핑카 등도 향후 10년 안에는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